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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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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리포트] 치솟는 지구 기온…야생 동물도 극심한 더위에 내몰린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15 11:18

2024년 사상 최악의 더위를 기록한 2024년
척추동물 6종 중 1종 전례 없는 폭염에 노출
서식지 면적 중 평균 21%가 열 노출에 해당
“당장 안 죽어도 몇 년 후 영향 나타날 수도”

멕시코 원숭이

▲지난해 5월 18일 멕시코 코말칼코 부에나 비스타에서 폭염으로 나무에서 떨어진 죽은 원숭이들을 자원봉사자들이 관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5월 멕시코 곳곳에서는 200마리가 넘는 원숭이 죽은 채 발견되거나 탈수 증세를 보였다. 당시 멕시코 일부 지역은 한낮 최고기온이 45℃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는데, 원숭이도 폭염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14년 11월 호주에서는 폭염으로 10만 마리의 박쥐가 떼죽음 당했고, 2017년 1월에도 40℃ 안팎의 폭염에 박쥐 수천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2019년 11월에도 폭염 탓에 날여우박쥐 약 3만 마리가 이틀만에 떼죽음 당했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야생 생물들까지 극심한 폭염에 노출돼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온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된 지난해 전 세계 서식하는 척추동물 역시 광범위한 '열 노출'을 경험했다.


연구팀은 특정 지역에서 1940~2023년 사이 관측된 연평균 기온과 2024년 연평균 기온을 비교, 2024년이 더 높으면 그 지점에서 해당 종이 '열 노출'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서식지가 넓은 종은 여러 지점에 걸쳐 기온을 비교했고, 서식지 면적 중 열 노출이 관찰된 면적의 비율도 계산했다.




분석 결과, 전 세계 척추동물 3만3000여 종 가운데 상당수가 지난해 전례없는 고온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서식지 가운데 25% 이상이 고온에 노출된 종이 5368종이었는데, 전체 척추동물 가운데 6분의 1에 해당했다.


열노출

▲연도별로 열에 심하게 노출된(서식지 면적의 25% 이상 범위) 육상 척추동물종의 수와 지구 평균 기온 이상치(색상 척도로 표시)를 비교한 결과. 2023년에는 척추동물 10종 중 약 1종이 열에 심하게 노출되었고, 2024년에는 6종 중 약 1종으로 증가했다. 특히, 가장 열에 심하게 노출된 7개 해는 모두 지난 10년 동안 발생했다. (자료=PNAS, 2005)

고온에 노출된 종수는 2023년(3188종)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보다 68% 증가했다. 더욱이 2023년 기준으로 고온 노출로 분류된 종 가운데 81%는 2024년에 또다시 고온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돼 열 노출로 인한 위험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류군은 양서류(30%)였고, 파충류(21%)와 포유류(11%), 조류(6%) 순이었다.


연구팀은 847개 생태지역으로 나눠 조사했는데, 생태지역별로 최소 한 종이 고온에 노출된 지역이 51%였다. 2023년에는 이 비율이 45%였다. 종별 서식지 중에서 열에 노출된 면적 비율도 2023년 평균 17.6%에서 2024년 21%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2024년 고온 노출을 겪은 종의 91%는 작은 서식지 범위(<2만km²)를 가진 종이었다"면서 “이들은 균일한 환경에 서식하기 때문에 극심한 기온에 노출되면 생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해 분석에서는 넓은 서식지 범위(중앙값 10만3777km² 이상)를 가진 종 가운데 처음으로 서식지의 10% 이상에서 극심한 더위에 노출됐고, 종수는 676종에 이르렀다. 넓은 서식지를 가진 종들은 생태계 기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데, 이들의 열 노출은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열노출 2

▲과거 열 노출 수준을 초과하는 극한 연평균 기온에 노출된 육상 척추동물 종의 수.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가장 높은 집단 노출은 열대 지방, 특히 습한 활엽수림에서 발생했다. (자료=PNAS, 2025)

대부분의 열 노출은 열대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열대 지역은 연간 기온 변동성이 낮고, 종들의 서식지 범위가 작으며, 종 풍부도가 높아 위협이 가중되는 경향이 있다. 열대 지역은 기후 변화의 절대적인 규모는 가장 낮지만, '유례 없는 기후(no-analogue climates)'를 경험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열대 종들은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져야 할 운명인 반면, 온대 종들은 일반적으로 서식지 범위가 넓고 더 넓은 기온을 경험하며 견뎌왔기 때문에 기온이 상승하면 더 시원한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종들이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복합적인 체력 감소가 멸종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온에 노출돼도 개체수가 곧바로 줄지는 않지만, 몇 년 후 '멸종 부채(extinction debts)'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극심한 기후 현상 등으로 인해 종들이 이미 생존 능력을 상실했거나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데도, 당장은 그 영향이 멸종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난 후 현실화되는 상황을 표현하는 용어다.


한편, 이번 연구는 단기적인 극심한 기후 현상이 종들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연구팀은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5월 멕시코에서는 가뭄과 폭염으로 인해 원숭이가 피해를 입은 일을 들었다.


연구팀은 “기후 변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생물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열 노출 분석 결과가 IPBES(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간 과학-정책 플랫폼) 및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와 같은 국제 평가와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위한 국가 행동 계획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위협받는 종과 지역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및 완화 노력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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