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로이터/연합)
전세계에서 널리 복용되는 해열·진통제 테이레놀과 자폐증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타이레놀 복용은 좋지 않다"며 임산부들에게 타이레놀 사용을 자제하고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이어 “그들(FDA·미 식품의약국)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열"을 들었다. 이어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하겠지만, 조금만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FDA는 타이레놀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관련한 위험성을 알리는 서한을 의료진에 발생했다. FDA는 “자폐증과 아세트아미노펜의 인과 관계가 확립되지 않았다"면서도 “의료진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가벼운 발열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었다.
FDA는 임신부가 타이레놀을 복용할 경우 자폐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다는 내용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의 라벨을 바꿀 예정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부의 통증이나 발열에 대해 의사들이 처방해 온 약물인 만큼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이 오히려 자폐아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발표는 '백신 음모론자'로 불리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 보도를 토대로 임산부의 타이레놀 사용과 관련한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타이레놀(사진=AFP/연합)
--타이레놀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대해 어떤 연구결과가 있나.
▲타이레놀과 자폐증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엇갈리고 있다.
2008년 한 연구에서는 열이 있는 12~18개월 아기에게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했을 때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연구진은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9년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연구에서는 산전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이 태아의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연구진은 타이레놀 복용이 직접적으로 해당 질환을 유발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스웨덴에서 태어난 250만명의 자녀들의 자료를 25년간 분석한 결과,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 위험을 높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작년에 발표됐다.
또 올해 초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학장 안드레아 바카렐리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은 기존 46건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산전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이 신경발달장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이를 직접적으로 유발한다는 근거는 찾지 못했다.
타이레놀 제조사 켄뷰는 성명을 내고 “독립적이고 건전한 과학은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 자폐증 진단율은 증가했나.
▲지난해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 사례는 지난 10년간 175% 급증했다. 이는 다만 단순히 환자 수가 늘어난 결과라기보다는 진단 기준 확대 등에 따른 영향이 크다.
특히 1994년 개정된 미국 정신질환 진단 통계편람(DSM)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 포함되면서 진단 범위가 확대됐다. 또한 과거에는 주로 영유아를 대상으로 진단이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청년층까지 검사 범위가 확장된 것도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8세 아동 31명 가운데 1명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됐다. 또한 남아가 여아보다 진단될 확률이 약 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임산부에게 권고되는 사항은.
▲통상 임산부에게는 통증이나 발열 시 아세트아미노펜을 최소한의 용량으로, 가능한 짧은 기간 복용할 것이 권고된다. 이부프로펜·나프록센 등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는 태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권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지난 2021년 성명을 내고 아세트아미노펜이 임산부에게 사실상 유일하게 안전한 진통제라며 불필요한 두려움으로 복용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도 이날 성명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의 복용은 안전하며, 자녀의 자폐증과 연관된다는 근거는 없다고 재확인했다.
--임산부가 자폐증 우려로 발열을 방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참기 힘들 때만 타이레놀을 복용하라"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발열 자체를 방치하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고 경고한다. 임신 중 발열은 척추갈림증 등 치명적인 선천성 기형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유산 위험 역시 증가시킬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자폐증을 연구하는 역학자 데이비드 맨델 교수는 “자폐증 원인을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돌릴 경우 임산부 건강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임산부들이 열을 치료하지 않을까 봐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연합)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들이 12세가 될 때까지 B형간염 백신을 맞으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B형간염은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게 굳이 B형간염 백신을 맞힐 이유가 없다"며 “아기가 12살이 되고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백신을 맞게 하면 긍정적인 의미에서 완전히 다른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들 입장이 아니라 내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느낌'에 따른 접종 일정 제안이 적절하냐는 질문에도 “절대적으로 적절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B형간염에 걸린 산모는 출산 과정에서 아이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으며, 출생 직후 감염된 영아의 약 90%가 만성 B형간염으로 발전한다고 정치매체 더힐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