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들어 부동산 집값 안정을 위한 세 번째 대책이 예고됐다. 문제는 수도권 집값 잡기에 집중했던 6·27 대책과 9·7 대책에 이어 이번에도 '지방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은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 방안이 발표되긴 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에 그쳐 생존 위기에 내몰린 지방 건설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4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정부 여당은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최근 서울·경기 일부 지역의 주택 시장 동향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번 주 안으로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열린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선 6·27 대출 규제가 패닉바잉과 전세 시장 경색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서울·수도권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상황이 더 심각한 지방 부동산 살리기 대책은 이번에도 거론되지 않고 있어 지역 부동산·건설업계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됐고, 이번에도 지방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한 근본 대책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장기화된 지방 부동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안심환매 사업'을 내놓고,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 1만 채를 2028년까지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매입은 매년 2000채 수준에 그치는 만큼 업계의 기대는 크지 않은 수준이다.
또, 정부는 기존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 주택을 매입하면 1주택자에 준하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세컨드홈 특례'를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는 효과가 별로 없고, 수도권 대출 규제가 은행권에 '대출 축소' 신호로 작용해 지방 부동산 대출까지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최근 1년여 동안 악성 미분양이 급증하고 청약 미달 사태가 이어지면서 시름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8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7.0% 증가한 6만6613채에 달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악성 미분양) 주택은 2만7584채로 전월 대비 1.9% 늘어나 두 달 연속 증가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다섯째 주(9월 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값은 지난해(-1.3%)에 이어 올해도 1.3%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말 이후 5.5% 상승한 것과 대조되는 결과이다. 같은 기간 수도권도 1.6% 올라 전년 동기 누적 상승률(1.5%)을 넘어섰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자산·매출 500억 원 이상인 외부 회계감사 대상 건설 업체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기업 비중이 44.2%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부실 기업 증가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미분양 확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이 안 되는 건 고분양가 문제도 있으나, 부동산 투자가 서울 일부 지역에만 몰리면서 지역의 물량은 거의 분양이 안 되고 미분양 물량도 팔리지 않고 있다"면서 “지역 건설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공공공사에만 몰리고 있으며, 개별 분양은 실패로 이어지는 분위기라 앞으로 부동산 PF 같은 건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도권 집중 현상 해소와 지방 살리기를 위해 서울 집값 잡기에 그치지 않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된 지역 균형 발전 정책과 서울 요지의 '똘똘한 한 채' 현상을 해소해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