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면서 은행권의 법 시행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대출 가산금리에 예금보험료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면서 법 시행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연체율 증가와 이자마진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개정안과 교육세 인상까지 겹쳐 은행권의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15일 금융권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 패스트트랙에 오른 은행법 개정안이 지난 14일 정무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자동 회부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은행이 예금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 출연금은 50% 이내에서만 반영하도록 제한한다. 대출금리 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보증제도나 서민금융 재원을 차주에게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해당 법안은 내달 중순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이 법사위를 주도하고 본회의 정족수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사실상 연내 통과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상태다.
은행권에선 교육세 인상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교육세 인상은 대형 금융·보험사에 부과되는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0%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개정안에 따른 이자 축소와 교육세 인상이 맞물릴 경우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세 부담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육세 전가 금지 조항을 포함한 수정안 논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정부의 교육세 인상 방침이 나오면서 교육세 인상분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한 수정안 논의가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법안 시행이 현실로 다가오자 은행은 대책을 고심 중이다. 개정안으로 인해 은행은 중·장기적 순이자마진(NIM) 감소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이 매년 내는 예보료는 은행마다 4000억~5000억원, 서금원 출연금은 연간 200억원대다. 은행들은 이 비용을 가산금리에 반영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순이자마진이 하락하게 된다. 보증기관 출연금 또한 금리 반영비율이 제한되면 수익성이 저하될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보·기보와 지역신보, 주택신보 출연금은 연간 4000억~5000억원 정도로, 앞으로 이 출연금의 50% 이하만 보증대출 금리에 반영하게 된다.
하반기엔 증가 추세인 연체율과 대출 규제도 실적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권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연체율과 건전성 관리 비용 부담이 커진 상태다.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7월 말 기준 0.57%로 전년 동월에 대비 0.1%p 상승했다. 아울러 현재 대부분의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에 이미 근접해 대출을 늘리기 어려운 데다,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4분기부터 은행권 수익성이 꺾일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가산금리에 예보료나 출연금 등 고정비용이 포함돼있어 단기간에 낮추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다"면서도 “법 개정 이후 사업에 드는 필수 비용을 은행이 부담하게 되면서 순이자마진 하락을 비롯한 각종 영향이 은행 수익구조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권은 법안에 처벌조항마저 들어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개정안엔 위반 시 은행 임원 등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긴다는 처벌조항이 담겨 있다.
이에 법으로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체계를 못박아 제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산금리엔 예보료 뿐만 아니라 업무원가나 위험프리미엄 등 각종 요소로 구성돼 있어 해당 법안으로 인해 기대할 만한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출연금을 가산금리에 적용했다고 임직원이 징역이나 벌금에 처해지는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