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출처=이미지투데이.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양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첨단산업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무기화' 등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첨단전략산업의 핵심 소재·부품 대부분은 중국 등 특정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이차전지의 경우 음극재의 핵심인 천연흑연은 97.6%, 인조흑연은 98.8%를 중국에 기대고 있다. 양극재 핵심인 전구체와 수산화니켈은 각각 94.1%, 96.4%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로봇 산업의 핵심인 구동부품 해외 의존도는 2021년 77.7%에서 2023년 80.3%로 높아졌다. 국가별로는 대부분(97.8%) 일본산을 썼지만 센서·제어부품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마찬가지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액정표시장치(LED)의 경우 RGB 발광소자, 전사 공정장비 등 5개 핵심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90% 이상이었다. 주력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역시 핵심소재인 도판트와 FMM 등을 67%, 95% 이상 등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 의원은 산업통자원부와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통해서도 반도체·이차전지 희소금속 30여종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관리하는 희소금속 31종 중 20종이 중국산인 것이다.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의 전체 수입액 중 65%를 중국이 차지했다. 반도체 필수 원재료인 니오븀과 규소는 각각 78%, 63%가 중국에서 들어왔다. 이들 외에도 갈륨(98%), 흑연(97%), 인듐(93%) 마그네슘(84%) 등 첨단 전략산업 핵심 소재들도 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약 원료인 비스무틩 경우 중국 의존도가 100%였다.
제약 산업에서도 원재료 독립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식약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2년 1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2023년에도 25.6% 수준에 그쳤다. 원료 수입국은 중국 37.7%, 인도 12.5%에 편중돼 있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액은 4조4000억원으로 전체 의약품의 13.4%를 차지했다. 수출용 바이오 품목을 제외하면 실제 비율은 7.8%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팬데믹이나 국제 분쟁 상황에서 해외 공급이 끊기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약품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8월 발간한 '글로벌 전략 광물의 생산 편중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전세계 전략 광물 76개 중 30개는 특정 국가에 생산이 집중됐다. 76개 전략 광물 중 한 국가의 생산량이 세계 전체 생산량의 50% 이상인 '생산 편중 광물'은 총 30개였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은 30개 생산 편중 광물 중 22개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소재인 갈륨 생산의 98.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특정 국가에 생산이 집중된 광물의 수출이 통제되면 글로벌 공급망이 큰 충격을 입는다고 우려했다.
우리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일본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중국 의존도 낮추기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은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민간협의체 '한미일 경제대화'에 참석했다. 이들은 전날 도쿄에서 만찬 행사를 가진 데 이어 공급망, 인공지능(AI) 협력 등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행사에 참석한 경제인들은 미국 관세 등 현실적인 문제부터 소재·부품 협력 등 분야까지 다반면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고 전해진다.
이재관 의원은 “미-중 무역 패권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은 희토류까지 무기화하며 자원 패권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다"며 “첨단 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비정상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