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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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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특수에 들썩이는 경주… 외국인 관광객 ‘물결’에 상권 활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0.28 08:06

황리단길·보문단지 '만실 행렬'


“일시적 특수 넘어 체질개선 계기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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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로 붐비는 경주황단리길 모습 제공=경주시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10월의 경주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난 도시는 이제 평일과 주말의 경계가 무색할 만큼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내외 방문객이 몰리면서 지역 상권과 숙박·외식업계 전반이 활기를 띠고 있다.


경주시 황남동의 명소인 황리단길과 교촌마을 일대는 평일 오후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전통 한옥과 감각적인 카페, 공예품점이 어우러진 골목길을 따라 젊은 연인, 가족 단위 여행객, 그리고 일본·중국·미국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황리단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5) 씨는 “추석 연휴 이후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며 “특히 APEC 회의가 다가오면서 외국 손님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QR코드 메뉴판을 도입한 덕분에 외국인 손님도 주문이 한결 편해졌고, 매출은 지난달보다 30% 이상 늘었다"며 “코로나 시절과 비교하면 손님 수가 두세 배는 된다"고 웃었다.




숙박업계도 오랜만에 '만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보문관광단지의 한 리조트 총지배인은 “11월 초 APEC 회의 일정에 맞춰 예약이 이미 대부분 마감됐다"며 “코로나19 이후 이런 수준의 예약률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중소형 숙박업소들도 외국인 단체 관광 예약이 줄을 잇고 있어, 보문단지 일대는 이미 '축제 시즌' 분위기다.


경주중앙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단체 관광버스가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건어물, 기념품, 한복 대여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매출이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가 다시 세계 속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관광객 증가와 함께 도심 인프라 개선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경주시는 숙박·음식업소의 가격안정 점검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통역 안내요원 배치, 친절 캠페인 등을 확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정상회의를 계기로 경주의 국제관광도시 위상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특수에 그치지 않고 '품격 있는 관광도시'로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보문단지 내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40) 씨는 “외국 손님들은 친절한 응대와 정직한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이번 APEC을 계기로 서비스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경북연구원 관계자는 “APEC을 통해 전 세계의 시선이 경주로 쏠린 만큼, 단기적 호황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외국인 재방문을 유도할 문화 콘텐츠 개발, 교통·언어 인프라 개선 등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경주는 신라 천년의 유산을 간직한 도시로서, 역사·문화 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동궁과 월지 등 세계문화유산과 함께 최근에는 감성 카페 거리,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이 늘면서 젊은 세대와 외국인들에게도 매력적인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이러한 자산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다.


황리단길의 한 상인은 “요즘은 내국인과 외국인 손님이 뒤섞여 매일이 축제 같다"며 “이번 기세가 APEC 이후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경주가 다시 한번 세계 속 '문화·관광의 수도'로 도약할 수 있을까. 이번 APEC을 계기로 경주는 단순한 관광 호황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국제관광도시로 거듭날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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