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임진영

ijy@ekn.kr

임진영기자 기사모음




건설 공사 ‘무인화’ 딜레마…사고 줄지만 일자리 실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06 15:31

포스코이앤씨, 국내 최초로 굴착기 원격제어 실증 성공…도로공사, ‘토공 자동화’ 시연
작업자와 중장비 작업 공간 격리해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을 낮춰…적응 범위 확대 전망
AI 등 신기술 현장 도입으로 인력 고용 감소 우려…최근 건설업종 종사자 최대 폭 감소
경기 불황과 작업 중단 등 건설 고용 악재 산적…정치권도 건설업계 소극적 고용 질타

포

▲포스코이앤씨가 전남 여수 화태–백야 도로건설 현장(제1공구 월호도 구간)에서 국내 최초로 원격제어 굴착기 현장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에 사람이 없어지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인력난·잦은 산업재해 등의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자동화·무인화에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는 줄지만 건설업계의 순기능인 고용 창출 효과엔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포스코이앤씨가 최근 국내 최초로 원격제어 굴착기 현장 실증에 성공한 게 대표적 사례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실증을 통해 기상 변수로 인한 공사지연을 최소화하고, 장시간 진동·소음에 노출되는 작업자의 피로도를 크게 줄였다.


한국도로공사도 9월 전북 군산 한국건설기계연구원에서 토목 중장비의 무인 군집·자동화 기술을 선보이는 '토공 자동화 기술' 시연에 성공했다.




토공 무인화 기술은 작업자와 중장비의 작업 공간을 격리해 건설 현장의 충돌·끼임 등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해당 기술은 2023년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김포-파주 건설공사 1공구, 2024년 경부고속도로 신탄진휴게소 하이패스 IC 설치공사 등에 적용됐다.


공사는 작년부터 건설장비 무인화 작업을 시도한데 이어 올해는 다종 장비의 협동·군집 작업으로 무인화 범위를 넓혀 현장 안전에 힘쓰고 있다.




건설업계가 이처럼 현장의 무인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 들어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계속되면서 산재 사고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산재 사망사고가 연간 3회 이상 연속 발생한 건설사에 대해 건설업 면허 등록 말소를 추진하고, 최소 30억원 이상, 영업이익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현장 사고 발생 시 회사의 미래가 뿌리채 흔들리는 위험에 처하게 됐다.


이에 건설사들은 로봇과 AI 등 각종 신기술을 동원해 사고 발생 차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고용 효과가 큰 건설업의 장점이 훼손단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설산업은 산출액 10억원 당 고용 유발 인원이 10.8명으로, 제조업 평균 고용 유발 인원(6.5명)보다 66%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들어 건설업의 고용 규모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8월말 기준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 산업별로 종사자 수가 가장 크게 감소한 업종은 건설업으로 전달 대비 8만3000명(-5.8%)이 줄었다. 건설경기 불황과 함께 계속된 산재 사고로 인해 정부가 강력 대응에 나서자 현장 작업이 전면 중단되는 등 사고 이슈가 건설 고용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자동화·무인화가 확산될 경우 기존 인력을 크게 대체해 그렇지 않아도 한파를 맞은 건설 고용 시장이 더 크게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AI 노출 정도와 고용 증가율을 산업별로 분석한 결과 건설직의 채용이 가장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공사 현장의 무인화'가 안전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고용감소라는 양단의 날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건설사들이 사고 방지를 위해 현장 채용을 인력을 줄이는데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건설사들이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공사 현장에서 단순 노무자를 채용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고령자를 배제시키고 있다"며 기업들의 소극적인 고용 행태를 질타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