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여헌우

yes@ekn.kr

여헌우기자 기사모음




워너브라더스 삼킨 넷플릭스…국내 OTT·극장 ‘후폭풍’ 몰아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08 16:10

워너브라더스 인수 계약 체결···글로벌 ‘엔터 공룡’ 탄생 임박
OTT쪽 ‘넷플릭스 독주’ 심화 우려, CJ·롯데 극장산업도 영향
美정부 승인 변수…넷플릭스코리아 ‘자본 먹튀’ 재점화 예고

넷플릭스 홈페이지 이미지.

▲넷플릭스 홈페이지 이미지.

전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미국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디어 공룡'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발표하면서 국내 미디어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내 '넷플릭스 독주' 현상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상회복을 못하고 위축 상태에 빠진 극장산업에도 악재성 충격을 줄 것으로 보또 한 번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업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720억달러(약 106조원)를 들여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밝혔다.




워너브라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등 사업 부문을 넷플릭스가 흡수하는 식이다. CNN 등은 제외됐다. 이를 위해 워너브라더스는 내년 3분기까지 CNN, TNT, 디스커버리 등 케이블 TV 채널이 포함된 방송사업 부문을 분할해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 반독점심사 등 허들을 넘을 경우 양사 합병은 이르면 내년 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전세계 미디어 업계에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워너브라더스가 보유한 방대한 영화·TV 콘텐츠, HBO 및 HBO 맥스 콘텐츠가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에 합류된다는 점이 우선 주목된다.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4259억달러(약 626조원)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720억달러를 들여 콘텐츠를 강화하는 만큼 구독자들의 충성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할리우드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능력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OTT 업계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와이즈앱·리테일 발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의 OTT 서비스 앱 합산 월간활성사용자(MAU)는 2089만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6월(1728만명)과 비교해 21% 증가한 수치다.


서비스별로는 넷플릭스가 점유율 40%로 질주하는 모양새다. 쿠팡플레이(21%), 티빙(17%), 웨이브(7%), 디즈니플러스(6%)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OTT 사용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넷플릭스 콘텐츠가 크게 강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토종 OTT들은 다양한 업체와 제휴를 확대하고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2023년 합병을 공식화하고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CJ·롯데 등이 힘겨워하고 있는 영화 산업에도 큰 파장이 예고됐다. 넷플릭스는 극장 대신 자신들의 서비스를 통해 대형 신작을 공개해왔다. 이번에 인수하는 워너브라더스의 경우 글로벌 극장 배급 등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의 기존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슈퍼맨', '배트맨', '해리포터' 시리즈 등 대형 콘텐츠 운영 방식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럴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이 급감한 극장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자본 먹튀'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넷플릭스 점유율이 더욱 확장되고 영향력이 커지면 법인세 납부액 등이 공론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액 8996억6538만원을 올렸다. 전년(8233억4278만원) 대비 9.3% 늘어난 수치다. 매출액의 99.8%(8982억7932만원)가 구독 멤버십 재판매 수익에서 나왔다.


다만, 영업이익은 173억8075만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 1.9% 수준이다. 매출원가가 7673억9220만원에 달해 매출원가율이 85%를 넘긴 영향이다. 본사(Netflix, Inc.)에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 명목으로 7323억8194만원을 보낸 결과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 납부한 법인세는 39억3087만원에 불과했다. 미국 본사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만 세금 회피 목적으로 매출원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아직 변수는 있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를 완전히 품기 위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승인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넷플릭스가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워너브라더스에 물어줘야 할 돈은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에 이른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를 합치면 미국 구독형 스트리밍 시장의 약 30%를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전 승리가) 정말 대단한 성과"라며 “시장 점유율이 너무 커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