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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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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좀 막아주세요”…공공기관장에 정치인 인기 상한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11 06:37

가스공사, 석유공사, 에너지공단, 한수원 신임 수장 공모
지역난방공사 사장도 임기 만료돼 곧 공모 나설 듯
내부 직원들은 정치권 가장 선호, 성과보다 외풍 막는게 더 중요
“안타깝게도 한국 현실과 수준에선 정치권 사장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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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새 수장 뽑기에 나선 가운데, 기관 내부에선 정치인 인기가 치솟고 있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기관에 전문가 수장이 오는 것이 통념상 맞지만, 한국은 국감 등 워낙 정치적 외풍 영향이 세다보니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인 수장을 선호하는 현상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10일 공공기관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수력원자력 등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일제히 신임 수장 선임에 나섰다.


가스공사는 최연혜 사장이 3년 임기가 만료돼 새 사장이 오기 전까지 연장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신임 사장 후보는 5배수로 압축된 상태다.




국민의힘 3선 출신이자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선거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인기 전 의원과 가스공사 내부 출신의 이승 전 관리부사장, 이흥복 전 전북지역본부장, 김점수 전 본부장, 이창균 전 KOLNG 지사장, 박상욱 전 노조위원장이 후보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김동섭 사장이 지난 11월 자진퇴임하면서 수장 공백 상태다. 일명 대왕고래로 불리는 동해심해가스전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진행했으나, 전 정부 사업으로 낙인찍혔고 특히 이재명 정부의 탄소중립 기조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9일 신임 사장 공모를 냈다. 아직까지 유력 후보는 거론이 없는 가운데, 다수의 내부 출신들이 지원 의사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도 지난 9월 황수호 사장이 자진퇴임하면서 현재까지 수장 공백 상태다. 체코 원전을 성공적으로 수주했으나, 웨스팅하우스와 지적재산권 분쟁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굴욕협정을 맺었다는 지적이 불거졌다. 다만 현 정권이 초기에는 원전을 그리 반기지 않는 기조를 보였으나, 이후 한미 관세협상, 대통령의 중동 외교, AI강국 및 탄소중립 국정과제에서 원전의 역할이 재모색되면서 한수원의 중요성도 재조명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수원 신임 사장 서류접수는 지난 8일 마감된 가운데 11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서류심사,, 16일 면접이 진행될 예정이다.


에너지공단은 이상훈 이사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2년 1월 취임해 윤석열 정부를 지나 현재까지 3년 11개월째 자리를 맡고 있다. 에너지공단의 주요 임무는 신재생에너지산업 진흥으로, 윤 정부에서는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향후 기관의 역할과 권한이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임 이사장 서류접수는 지난 10월 30일 마감돼 현재 최재관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수석부위원장(햇빛배당네트워크 대표)과 유휘종 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신부남 에너지공단 기후대응이사가 막판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정용기 사장 임기가 11월로 만료되면서 아직 신임 사장 공모는 내지 않았으나, 임원추천위원회가 꾸려진 점으로 볼때 곧 공모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난방공사는 공공기관 중 거의 유일하게 본사가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건실한 실적까지 올리고 있어 사장직에 대한 인기가 높은 편이다. 현 정 사장도 국민의힘 2선 출신이며, 역대 사장들도 정치권 출신이 많다.


공공기관 내부에서는 정치인 사장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기존에는 기관의 전문성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국내 및 해외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전문가가 선호됐었다. 하지만 에너지산업의 특성상 사업 결실을 맺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 이를 인정받기 힘들고, 오히려 그 과정에서 지출과 오해가 늘면서 경영평가 점수만 하락하고 이것이 다시 국감에서 정치적 공격 포인트가 되면서 결국 예산까지 깎이게 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반면 정치인 사장은 내부 사업이나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구성원에 유리하고, 정치권의 역풍도 막아줄 수 있어 내부로부터 가장 선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에너지 공공기관 관계자는 “대통령도 국회 출신이고, 장관까지도 국회 출신이다. 사실상 국회가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다"며 “특히 에너지 전환으로 기존 사업 전략이 불투명하고 기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된 상황에서 기관이 힘을 받으려면 정치인 사장이 오는 것이 우리로선 가장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관계자는 “A기관은 내부 출신 사장을 선임했다가 결국 비리 혐의로 쫓겨났고, B기관은 해외기업 출신의 전문가를 사장으로 선임했지만 국감에서 집중포화를 맞고 예산까지 끊겨 존립 위기까지 갔다"며 “안타깝게도 한국의 현실과 수준에서는 바람막이용 정치권 사장이 최고인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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