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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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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고객정보 유출 사태] 韓 매출이 대부분인데…국회 무시하는 ‘글로벌 CEO’ 김범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16 12:47

14일 국회 청문회 불출석 통보…“해외 거주·공식 사업 일정”
지난해 매출 90% 韓서 발생, 대만 등 성장산업 비중 10% 수준
외국인 임시 대표 방패막이로, 정치권 ‘고발·국정조사’ 예고
‘기이한 지배구조’·‘시장 독점적 지위’ 바탕 배짱 장사 지속
학계 “김 의장, 韓 시장 정서 이해해야…자진 사과 필요” 지적

김범석 쿠팡Inc 의장.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Inc. 의장.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국회의 부름을 거부했다. 오는 17일 대규모 고객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대상으로 국회 청문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석에 응하지 않는 배짱 두둑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리 설계해놓은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김 의장은 청문회 때 예고된 정치권의 십자포화는 비켜갈 전망이다. 다만, 미국 국적을 방패로 삼는 김 의장의 책임 회피적 태도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대 매출국 韓인데…해외 사업 핑계 청문회 불출석

16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김 의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오는 17일 열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청문회에 대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해당 사유서에는 “현재 해외에 거주 중이며 전 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이 있다"고 적혀있었다.




다만, 최근 10년 간 김 의장이 해외 거주를 이유로 국회의 출석 요구에 지속 불응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책임 회피'라는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이 나온다. 한국 시장에 매출 쏠림 현상이 큰 쿠팡의 실적 구조상 해외 일정도 석연치 않은 사유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해 쿠팡Inc.의 매출은 약 41조29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90%(약 36조4000억원)가 국내 상품 판매와 관련한 프로덕트 커머스(Product Commerce) 사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나머지는 대만 사업·명품 플랫폼 파페치 등이 포함된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s) 부문에서 벌어들였는데, 이마저도 쿠팡플레이·쿠팡이츠 등이 합산된 수치다.


2024년 쿠팡Inc. 연간 실적보고서(2024 Annual Report)를 보면, 프로덕트 커머스는 한국 리테일 사업을 주로 포함하며 한국 고객을 대상으로 주로 매출이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이 보고서는 당사의 사업 운영 대부분이 한국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한국의 법·규제, 경제 환경 등 한국 관련 리스크를 주된 리스크로 언급하고 있다. 쿠팡Inc.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사실상 한국 내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보고서에서 명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김 의장이 글로벌 CEO로서의 지배적 지위를 강조했음에도 정작 핵심 사업 국가에서 발생한 중대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행보는 이치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사업 일정을 내세워 여론을 외면하는 대신, 청문회에 한국어로 의사소통도 힘든 외국인 경영진을 허수아비로 내세웠다는 의구심도 사고 있다.


이번 청문회에는 강한승 전(前) 쿠팡 대표, 박대준 전 대표 등 전직 대표들도 핵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김 의장과 마찬가지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이에 지난 10일 한국 쿠팡 임시대표로 긴급 투입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 Inc. 최고관리책임자(CAO) 겸 법무총괄이 김 의장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청문회도 당초 예상보다 맹탕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조직적 책임회피라 판단하고, 김 의장과 전직 대표들을 대상으로 고발과 함께 국정조사를 추진한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전문가, “韓 시장 분위기 고려해 김 의장 태도 바꿔야"

업계는 대규모 플랫폼의 실질적 오너임에도 책임론을 비켜가는 김 의장의 배짱 행보는 지배구조상 문제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김 의장은 쿠팡Inc.의 차등의결권 제도를 통해 전체 의결권의 약 75%를 틀어쥐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한국 쿠팡의 주요 직책에서 사임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데다, 미국 국적을 내세워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도 회피해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


이커머스 생태계에서 쿠팡의 독점적 위치도 자신감을 얻는 배경이 됐다. 자체 물류 인프라를 통해 초고속 배송·가격 경쟁력·다양한 상품 수를 앞세운 점, 와우 멤버십을 밧줄로 로켓배송·쿠팡이츠·쿠팡플레이를 연계해 강력한 록인 효과를 구사하는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쿠팡이 소비자 정서에 민감한 국내 시장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법적 대응 강화 기조만 밀고 갈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으로서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라 지적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법률주의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국민적 감성이 있는 국가인데 김 의장이 이 같은 시장 정서를 잘 모르는 듯하다"면서 “대체재가 없다고 평가받더라도 우리나라에선 부정적 이미지로 낙인찍히면 벗어나기 힘들고, 이를 쿠팡에선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교수는 “집단소송뿐 아니라 1조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과징금 등 회사에 타격을 줄 부분이 많다"면서 “다만, 현행 제도상 해외에 거주 중인 김 의장에 직접적인 영향이 닿긴 어렵고, 한국으로 불러내기도 어렵다. 기자회견을 통해서든 본인이 자진해 사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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