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향후에도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화정책 의결문에서 '금리인하 가능성' 문구가 빠졌고, 고환율·물가·집값·성장률을 비롯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내경제가 건설투자 부진에도 소비 회복과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완화된 영향이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5번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동결이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성장세가 다소 나아졌지만, 주택가격과 환율을 비롯한 리스크가 여전하거나 오히려 올랐다는 점에서 현재 수준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금통위는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고, 금융안정에 유의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할 방침이다.
이 총재는 앞서 외부 인터뷰 등을 통해 (금리인상을 위해서는 아니지만) 금리인하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줬다고 발언해왔다고 강조했다. 금리 방향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한 쪽으로 쏠렸고, 이같은 심리가 환율에도 영향을 줬다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다.
3개월 가이던스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2.5%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현 경제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이 총재는 서울 집값이 높은 상승세고, 비규제 지역에서도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만큼 가계부채를 주의깊에 봐야한다고 발언했다.
내수 약세를 이유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은 한 명이었다. 해당 위원은 금융환경을 보고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증권가 전망, '동결 우세' 한은과 유사
증권가의 시선도 금통위와 궤를 같이 한다. 향후에도 금리 인하 보다 동결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손을 든 모양새다.
이번 금통위에서 인하 소수의견이 있겠으나, 동결될 것으로 내다본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개월 가이던스가 인하 3명·동결 3명으로 지난해 11월과 동일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그는 이번 금통위 리뷰를 통해 사실상 인하 사이클이 끝났고, 인상 보다는 동결 가능성이 높다며 연내 동결을 예상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위원의 경우 상반기 중 1회 인하 전망을 동결로 수정했다. 한은이 성장의 상방 리스크 확대를 강조했고, 물가 불안에 대한 경계심이 다소 누그러졌다는 논리다. 금통위원 결정 구도상 이 총재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4월까지는 동결을 지지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정형주 IBK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외환시장 불확실성을 들어 만장일치 동결을 전망했고, 3개월 가이던스는 동결 4명·인하 2명을 예상했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위원은 연내 동결을 점쳤다. 금리인하를 통한 성장 부양 효과 보다 부동산 버블을 비롯한 부작용에 대한 경계심이 더 크고, 물가 반등 우려도 고려해야한다는 논리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위원,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위원을 비롯한 전문가들도 연내 동결에 표를 던졌다.
반면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하반기 들어 약화되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낮다며 결국 2.0%로 인하될 것이라는 기조를 견지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도 IT부문의 성장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금리 인하 사이클의 완전 종료 주장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10년 전에도 높았던 수치, 이제와서 문제 삼는 것 이해 어렵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한은을 둘러싼 논란도 화두에 올랐다. 이 총재는 우선 취임 후 3년간 광의통화(M2) 증가율이 이전 보다 안정화됐다며 '유동성을 과도하게 푼 한은이 만악의 근원'이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M2 비율을 환율 상승의 근거로 삼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해당 비율은 각국 금융구조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국 GDP 대비 M2 비율.[자료=한국은행]
박종우 부총재보는 한국·일본·대만 등 은행의 비중이 높은 국가들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자본시장의 비중이 큰 국가들 보다 수치가 높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 역시 10년 전에도 미국 보다 해당 비율이 2배에 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환율 안정화를 위한 금리 인상 여론이 형성되는 것에도 의아함을 드러냈다. 6개월 전에는 '안 내려서 문제'라는 목소리가 컸다는 이유다.
이어 “(금리를) 섣부르게 많이 올리면 성장률과 주가가 꺾여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환율을 잡으려면 200~300bp 올려야하지만, 금리정책은 환율이 아니라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진입해도 위기가 아니라고 볼거냐'는 질문에 대한민국이 대외 채권국이고 경상수지 흑자도 크다는 점을 들어 현재 상태가 (과거 사례에 준하는) 금융위기라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국내에 달러가 많음에도 고환율 기대로 현물시장에서 팔지 않고 빌려주려는 수요가 크다고 발언했다. 다만 거주자 해외투자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고 이란·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어 환율에 대한 '상당한' 경계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파했다. 정부 정책 등 공급을 비롯한 요인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집값 안정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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