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바이애슬론 경기가 열릴 예정인 남티롤 아레나 알토 아디제 경기장 인근에 올림픽 오륜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오는 6일부터 22일까지 이탈리아에서는 제25회 동계올림픽(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이어 동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은 다음달 6일부터 15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올림픽 개막을 불과 2주 앞둔 지난달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지역에는 그야말로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보르미오와 안톨츠 계곡 등 주요 설상 경기장 일대에 강력한 폭설이 쏟아진 것이다. 현지 기상학자인 마티아 구소니는 “눈이 드디어 도착했다"며 “올림픽 개막 시점에 눈 부족을 걱정해야 할 상황은 일단 벗어났다"고 안도했다.
그러나 이 한마디에는 동계 스포츠가 처한 구조적 위기가 함께 담겨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은 예년보다 높은 기온 탓에 인공 제설조차 밤 시간대에만 가능할 정도로 여건이 나빴다. 장기 통계로 보면 이 지역의 적설량은 지난 100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눈 없는 동계올림픽'은 이미 시작됐다
눈 부족으로 인한 위기는 더 이상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현실이 됐다. 지난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기록적인 고온과 엘니뇨 현상으로 눈이 사라지자, 헬리콥터와 트럭을 동원해 다른 지역의 눈을 실어 나르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옮겨진 눈의 양은 언론에서 흔히 '빅벤 20개 분량'에 비유될 만큼 막대했다. 빅벤은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 옆에 있는 시계탑(종탑), 공식 명칭으로는 엘리자베스 타워를 말한다.
2014년 일본 소치 올림픽에서는 따뜻한 날씨로 눈이 녹아 코스가 질척한 슬러시 상태가 되면서 알파인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에서 낙상과 부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아니라, 경기 환경 자체가 위험 요인으로 작동한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다. 이 대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거의 100% 인공 눈에 의존해 치러졌다. 제설을 위해 투입된 물의 양은 약 200만㎥, 이는 1억 명이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물에 해당한다. 여기에 경기장 조성을 위한 산림 훼손과 생태계 교란 문제까지 더해지며, 동계올림픽의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인공위성이 포착한 스키장과 봅슬레이 경기장 모습. 하얗게 눈이 쌓인 슬로프가 주변 건조한 산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2050년대엔 절반, 2080년대엔 더 줄어든다"
이 같은 현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가 최근 학계에 발표됐다. 지난달 국제 학술지 '투어리즘의 현대적 이슈(Current Issues in Tourism)'에 '동계 올림픽–패럴림픽의 기후 변화 회복력 강화'이란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이 연구는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의 다니엘 스콧 교수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교의 로베르트 슈타이거 등 국제연구팀이 공동 집필했다.
▲기후 변화(RCP4.5 시나리오, 중간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지역별 시기별 동계올림픽 개최지의 인공 눈 제작 필요량 비율 증가 전망. (자료: Current Issues in Tourism, 2026)
▲과거 동계 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지 중에서 2080년대 기후 상황에서 조건별로 개최가 가능한 개최지 숫자. 왼쪽(RCP 2.6)부터 오른쪽으로 갈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시나리오임. 점선은 개최 시기를 이동할 경우 개최 가능한 지역을 말함. (자료: Current Issues in Tourism, 2026)
연구팀은 과거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93개 지역을 분석한 결과, 현재 수준의 기후 정책이 유지될 경우 2050년대에는 52곳, 2080년대에는 단 46곳만이 기후적으로 올림픽 개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패럴림픽이다. 올림픽보다 늦은 3월에 열리는 특성상 기온 상승의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는다. 분석 결과 2080년대에는 패럴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지역이 전 세계적으로 16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럴림픽 개최 가능 지역이 더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는 단순히 일정 때문만은 아니다. 패럴림픽 설상 종목은 코스의 균질성, 눈의 안정성, 접근성에 대한 요구 수준이 훨씬 높다. 인공설과 자연설이 뒤섞이거나, 낮 동안 눈이 녹았다가 밤에 얼어붙는 상황에서는 노면 경도가 불균일해지고, 이는 휠체어 이동이나 의족·보조기 사용 선수들에게 직접적인 안전 위협이 된다.
기후 변화는 패럴림픽 선수들에게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경기 자체의 성립 조건을 흔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2월 동계올림픽과 3월 동계 패럴림픽 개최 일정이 유지된다면, 기후적으로 적합한 잠재적 개최지의 수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면서 “우선 과제는 패럴림픽을 1월과 2월 중 기후적으로 더 안정적인 주로 옮거나, 2월 중 기후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주에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통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합 개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으나, 통합 비판론자는 패럴림픽 경기가 올림픽 경기에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규모 확대로 인해 숙박 시설이나 식사, 교통 수요 증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온실가스 중간 배출 수준 시나리오 하에서 2050년대 기후적으로 안정적인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체 후보지. (자료: Current Issues in Tourism, 2024)
▲지난달 9일 이탈리아 리비뇨의 한 스키장에서 스키어들이 인공 눈 제조기 근처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부상 위험 키우는 인공 눈
연구팀은 인공 눈 제조가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됐다고 진단한다. 인공 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2050년대에 동계올림픽 개최가 가능한 지역은 전 세계에 단 4곳만 남는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그러나 인공 눈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인공 눈은 자연설보다 결정 구조가 치밀하고 밀도가 높아 훨씬 단단하다. 이로 인해 스키와 보드의 속도는 빨라지지만, 낙상 시 관절·척추에 전달되는 충격은 더 커진다. 실제로 인공 눈 비중이 높은 대회일수록 무릎 인대 손상과 골절 비율이 높아진다는 의학적 보고도 축적되고 있다.
여기에 눈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사용되는 화학 첨가물, 제설기 가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과 물 소비는 또 다른 환경 부담을 만들어낸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용한 기술이 역설적으로 기후 위기를 가속하는 구조다.
▲2026 동계 올림픽 개최지인 이탈리아 코르티나 담페초의 토파네 알파인 스키 센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종목 자체를 바꾸자는 논의도 시작됐다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은 눈이 내린 덕분에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동계올림픽은 인공 눈 없이는 존립하기 어려운 구조로 고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기후 변화에 대응해 동계올림픽 종목을 조정하거나 재편하자는 논의도 국제 스포츠계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고산·자연설 의존도가 높은 일부 설상 종목의 경기 방식 단축, 실내화 가능성이 있는 종목의 시설 이전, 혹은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종목 도입 가능성까지 검토 대상에 올라 있다. 아직 공식 결정 단계는 아니지만, “기후 조건을 전제로 설계된 종목 체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히 확산하고 있다.
스콧 교수는 논문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 선수들은 그에 걸맞은 안전하고 공정한 경기 환경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동계 스포츠 공동체가 즉각적이고 창의적인 기후 적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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