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낙뢰·화재 가능성…사고는 언제든 현실이 된다
'지금까지 사고 없었다'는 말로 안전을 증명할 수 있나
사고 발생 땐 누가 책임지나…대응 체계는 보이지 않는다
▲경주시 문무대왕면 조항산에 설치된 풍력발전단지 전경 네이버 캡쳐
재생에너지는 미래 산업이지만, 안전은 현재의 문제다. 경북 경주 산지 풍력발전단지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입지 문제를 넘어, 실제 사고 발생 가능성과 대응 체계의 적절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2회에서는 강풍·낙뢰·화재 등 풍력발전 사고 유형과 함께, 사고 발생 시 과연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지 점검한다.<편집자주>
글싣는순서
1:산 위의 거대한 바람개비…입지부터 안전한가
2:강풍·낙뢰·화재…사고 가능성은 '가정'이 아니다
3:·저주파·관리 공백…'친환경'의 마지막 조건
◇ “설계 기준은 있다"…그러나 자연은 기준을 넘는다
경주=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산 정상과 능선을 따라 늘어선 풍력발전기는 '친환경 에너지'의 상징으로 불린다.
그러나 최근 경주 일대 산지에 조성된 풍력발전단지를 둘러싸고 입지의 적절성과 안전성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업자와 관계 기관은 “풍력발전기는 관련 법령과 설계 기준을 충족해 설치됐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풍력발전기는 일정 풍속까지 견딜 수 있도록 구조 설계가 이뤄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설계 기준과 실제 자연환경 사이의 간극을 지적한다.
경주는 태풍의 직·간접 영향권에 속한 지역이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순간 최대 풍속과 국지성 돌풍이 잦아지면서, 기존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기상 현상도 빈번해지고 있다.
한 풍력 안전 분야 전문가는 “풍력발전기의 구조적 부담은 평균 풍속보다 순간 풍속에 좌우된다"며 “짧은 시간 과도한 하중이 걸릴 경우 손상 위험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블레이드 파손, 고정 볼트 이탈, 타워 진동 과다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보고돼 왔다.
발생 빈도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풍·낙뢰·화재…사고 가능성은 '가정'이 아니다
◇산지 풍력, 대응 여건까지 고려했나
풍력발전기는 구조적으로 낙뢰에 취약한 설비로 분류된다.
높은 지점에 설치되고, 회전하는 블레이드가 낙뢰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낙뢰는 곧바로 너셀 내부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산지에 설치된 풍력발전기의 화재 대응 여건이다.
산림 지역 특성상 소방차 접근이 어렵고, 초기 진압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헬기 투입 역시 기상 여건에 따라 제한을 받는다.
한 소방 관계자는 “풍력발전기 화재는 일반 화재와 다르다"며 “고소 구조물에 전기 설비가 결합된 형태여서 초기 대응이 중요하지만, 산지에서는 물리적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사고 발생 가능성 자체보다, 사고 발생 시 대응 체계가 충분히 준비돼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소음·저주파·관리 공백…'친환경'의 마지막 조건
◇ '사고 없었음'은 안전의 증거가 아니다
풍력발전단지 조성 과정에서 설정되는 주거지·도로·등산로와의 이격거리는 안전의 핵심 요소다.
법적 기준은 존재하지만, 주민들은 “체감상 거리가 가깝다"고 호소한다.
사고 발생 시 블레이드 파편이나 낙하물이 수백 미터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와 사례를 통해 지적돼 왔다.
특히 산지형 풍력은 지형 특성상 파편이 아래쪽으로 굴러가 피해 범위를 키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등산객이나 임도 이용 차량에 대한 구체적인 안전 안내, 사고 발생 시 통제 및 대피 절차는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가 나면 누가 통제하고,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들은 적이 없다"는 주민들의 말은 관리 공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사업자와 일부 행정기관은 “현재까지 큰 사고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안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식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전문가는 “대형 시설물 안전 관리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시점은 '아무 일도 없을 때'"라며 “사고를 가정한 훈련과 정보 공개가 없다면 실제 상황에서 대응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전은 기술이 아니라 '준비'의 문제
풍력발전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만으로 모든 위험을 상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고 가능성을 전제로 한 사전 준비와 대응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안전한 친환경 에너지'가 완성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사고 유형별 대응 시나리오 공개△ 주민 대상 안전 설명회 정례화△ 소방·지자체 합동 모의훈련△기후 변화 반영한 설계 기준 재검토 등을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산지에 설치된 시설 특성상 접근에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전국 다수 산지 풍력발전단지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로, 관계 기관 간 협조 체계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풍과 낙뢰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준비는 가능하다.
경주 산지 풍력발전단지의 안전성 논의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의 문제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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