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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상품 설계, ‘관치 금리’ 대신 시장에 맡겨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5.11 08:54
나광호

▲나광호 금융부 기자.


금융권을 가리키는 정부의 표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대통령은 '이자장사'에 이어 '잔인한 금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정책실장은 사자성어를 동원해 금융사들이 고신용자와 취약차주를 가르는 성벽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포용금융을 확대하라는 메세지를 던지는 셈이다. 고신용자에게 가산금리를 붙이고, 중신용자 대상 사잇돌대출을 늘리는 등 실제적인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청년 세대가 집을 구하는 난이도가 극악으로 치달은 상황을 해소하려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자영업으로 뛰어드는 시기가 다가온 것도 금융권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로서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금융소비자들이 금리 장벽에 막혀 창업의 기회를 놓치는 것을 지나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정책은 결국 부작용을 낳는다. 이미 신용점수를 낮추는 방안이 온·오프라인에서 공유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신용점수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가 이후 금융정책이 정상화되면 피해를 입을 수 있음에도 대출 거절 등 자신 보다 신용점수가 낮은 차주 보다 손해를 보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신용자에게 가장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것은 인류의 역사를 거쳐 형성된 '집단지성'이다. 모든 금융소비자는 금융사에 지불하는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을 선호한다. 차주들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사가 이자율을 높이면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뜻이다. 저신용자 대상 금리가 높은 이유는 건전성 관리다. 다른 고객에게 상환 리스크가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누군가 돈을 갚지 못해도 다른 차주들에게 받은 이자로 상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억지로 뜯어고치려고 하면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취약차주들은 '부메랑'을 맞는다. 금융기관은 고객의 돈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고, 시장에서 평가 받는 기업이다. 위험이 여전한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이라면 판매를 줄인다. 이것마저 개입하려고 하면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2금융은 고사하고 대부업도 이용하지 못하게 된 차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쫓겨난 이유다.


신용평가에 '감성'을 녹이라는 주문은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공산이 크다. 상환 능력에 대한 담보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대출 여부·규모를 좌우하면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업의 뿌리가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 동산과 부동산을 막론하고 치솟은 가격, 전기요금·인건비 부담 등으로 무거워진 구민의 어깨를 가볍게 할 책임을 금융사에게 돌리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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