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계약 이미지. 사진= 챗지피티
정부가 내년부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앞으로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실시간으로 거래하는 현물시장은 사라지고 장기 계약시장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와 함께 소규모 태양광 사업을 우대하는 계약시장이 부활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주민참여형 '햇빛소득마을' 사업은 전력망 우선접속과 가격 우대까지 동시에 받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RPS 폐지법안과 햇빛소득마을 전력망 우선접속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해당 법안들이 본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관련 제도 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RPS 제도는 500메가와트(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2012년 의무비율 2%로 시작해 올해는 15%까지 확대됐다. 그동안 국내 태양광·풍력 보급 확대를 견인해왔지만 최근에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RPS 대상 발전사들은 직접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전사들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는 늘리지 않고 REC 구매에 의존하고 있어 REC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내년부터는 RPS 제도를 폐지하고, 정부가 재생에너지 장기계약물량을 경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앞으로 소규모 태양광 사업은 햇빛소득마을 정책과 연계되면서 우대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를 위한 별도 상한가를 적용할 방침이다. 소규모 태양광은 대규모 설비보다 규모가 작아 설치비 부담이 더 크고, 주민과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까지 적용되면 발전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운영됐던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제도'가 사실상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시 정부는 소규모 태양광 전용 계약시장을 운영했지만 과도한 수익 논란 등이 불거지며 윤석열 정부 들어 폐지된 바 있다.
햇빛소득마을처럼 주민이 참여하는 설비용량 1000킬로와트(kW) 이하 소규모 태양광 사업은 우선접속법이 국회를 최종 통과하면 전력망 우선접속권까지 부여받는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상한가까지 적용될 경우 일반 사업자보다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기후부는 올해 햇빛소득마을 700개, 2030년까지 2500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은 대규모 사업자와 직접 경쟁하기 어렵다"며 “소규모 사업자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별도 입찰 구간을 개설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기존 RPS는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 기준 의무를 부여하는 구조였다. 발전사는 다른 발전사의 기존 설비에서 발급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의무량을 채울 수 있었다. 반면 새로 도입되는 장기고정가격 계약 시장은 발전량이 아니라 신규 설비용량 기준으로 운영된다. 정부가 연도별 재생에너지 목표를 정하면 해당 용량만큼 입찰시장을 열고, 낙찰 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새 제도에서는 발전사업자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공 발전자회사는 기존처럼 신규 설비 확보 의무를 부여받지만, 민간 발전사는 '목표관리 대상자' 형태로 운영된다. 정부는 민간기업에 대해 강제 의무보다는 목표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과태료 등을 통해 이행을 유도할 계획이다.
시장 구조도 크게 달라진다. 현재 RPS 체계에서는 태양광과 풍력이 하나의 REC 시장 안에서 경쟁하지만, 경매제도 전환 이후에는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반영한 별도 상한가 체계로 운영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업자 간 경쟁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는 상한가를 점차 낮춰 재생에너지 단가 인하를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기후부는 태양광 발전단가를 현재 킬로와트시(kWh)당 150원 수준에서 2035년 80원까지, 해상풍력은 330원에서 150원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REC 시장 폐지에 이후에도 정부는 신규 REC 발급은 중단하지만 기존에 발급된 REC는 유효기간을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REC 유효기간은 3년으로, 기존 사업자들은 이 기간 동안 REC 시장 등을 통해 REC를 판매할 수 있다.
다만,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 용량과 단가가 너무 장밋빛으로만 짜여졌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정부의 2035년 목표 발전단가에 대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경제성이 낮으면 보급도 계획만큼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또한 사업자들이 단가를 낮추려면 값싼 중국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근본 취지가 부정당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2035년 목표 단가는 국내의 좁은 국토 여건과 혹독한 지자체 규제, 그리고 부족한 전력망 인프라라는 한국적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나치게 과도한 수치"라며,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을 무시하고 상한가를 무리하게 낮출 경우 오히려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을 막아 재생에너지 보급 자체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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