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혁진 의원이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개정과 주민자치회 2.0-제도화 이후의 과제와 전략' 정책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제공=최혁진 의원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원주시 주민자치 조례 개정 논란이 단순한 제도 개선 수준을 넘어 특정 주민자치위원회를 겨냥한 '표적 행정'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열린 주민자치 2.0 정책포럼에서 “주민자치의 핵심은 주민 스스로의 자율성과 생활 민주주의"라는 방향성이 강조된 가운데, 원주시의 행정 방식은 시대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혁진 의원은 26일 원주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관련해 “그동안 제기된 문제들이 실제 확인 과정에서 상당 부분 드러났다"며 “조례 개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된 부분은 시의회 허위보고 정황이다.
원주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자치행정과 관계 공무원은 시의원들의 “법률 검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반복적으로 “받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의원실 확인 결과 당시 실제 법률검토는 이뤄지지 않았고, 회의 다음 날 뒤늦게 법률자문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의원은 단순 착오 수준이 아니라 의회 심의 과정 자체를 왜곡했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법률검토 여부는 조례의 적법성과 주민 권리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후적으로 법률자문을 진행한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허위보고를 정당화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번 조례 개정이 일반적 제도 정비가 아니라 사실상 단계동 주민자치위원회를 겨냥한 '처분적 조례' 성격이라는 점이다.
실제 회의록에는 특정감사 이후 위원 해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언급하며 “그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등장한다. 또 기존 조례상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절차를 삭제하고 읍·면·동장의 해촉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이 논의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를 두고 권혁성 의원은 “주민자치는 주민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율성이 핵심인데, 이번 조례 개정은 그 주민들의 결정 권한을 사실상 빼버리고 읍·면·동장의 권한만 강화한 것"이라며 “최소한 주민자치위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잘못된 결정이 있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더 강하게 물으면 되는 문제"라며 “자율은 없애고 통제만 강화하는 방식은 주민자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주민자치 2.0 정책포럼에서 제시된 방향성과도 정면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당시 포럼에서는 “행정은 넓게, 자치는 깊게"라는 기조 아래 주민자치회를 단순 자문기구가 아닌 생활민주주의 플랫폼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주민총회 활성화, 민관협치 강화, 생활권 자치 확대 등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지만, 원주시 조례 개정은 오히려 행정 통제권을 확대하는 방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입장 왜곡 논란도 불거졌다.
의원실이 행정안전부 자치분권국 주민자치혁신과 설명과 질의·회신 내용을 재확인한 결과, 행정안전부는 해당 사안을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보고 원칙적 수준의 제도개선 필요성만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조례 개정 방식이나 방향을 권고한 사실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주시는 이를 마치 “행정안전부가 조례 개정을 요구했다"는 취지로 활용한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실제 일부 언론 보도에서도 “행안부도 조례로 처리하라는 입장"이라는 내용이 언급되면서 행안부 입장을 사실상 조례 개정의 정당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행정안전부가 당시 갈등 확대보다 시장 보고와 협력적 조정을 권고했음에도 관련 내용이 내부 보고 과정에서 누락된 정황까지 드러났다는 점이다. 의원실은 “담당 공무원이 임의로 누락시킨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감사와 수사의뢰, 조례 개정 시도, 해촉 논란 등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단계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활동하던 한 자원봉사자가 극심한 압박 속에 사망하는 비극까지 발생하면서 지역사회 충격도 커지고 있다.
최 의원은 “주민자치를 살려야 할 행정이 오히려 주민을 압박하고 갈등과 고통으로 내몰았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관련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정치적·행정적 책임, 필요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까지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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