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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대기업도 빚낸다…늘어나는 대출에 걱정 커진 은행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4.02 16:37

5개 은행 대기업 대출 3월 한달 동안 8조 증가…10.8%↑

코로나19에 회사채 발행 어렵자 한도대출로 눈 돌려

자영업자·중소기업·가계대출도 증가 폭 확대

은행들 "부실우려 큰 자영업자 대출 관리 고삐"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사진=각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 대출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었다. 유동성 확보 우려가 커지자 대기업마저도 현금 확보를 위해 은행에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대출뿐 아니라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 가계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권 대출이 3월 한달 동안 증가 폭이 커지며 은행 빚이 빠른 속도로 늘어가고 있다. 은행들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에 따르면 5개 은행의 3월 대기업 대출 잔액은 82조7022억원으로 전월(74조6073억원)에 비해 8조949억원(10.8%) 증가했다. 그동안 0%대, 많아야 2%대 성장세를 보인 것과 비교해 이례적인 폭증세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이 21조347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증가 폭도 14.5%로 가장 컸다. 이어 하나은행 대기업 대출 잔액이 16조6921억원(13.0%↑), 우리은행 16조6263억원(6.7%↑), 신한은행 16조1371억원(11.4%↑), 농협은행 11조8993억원(7.0%↑) 순이었다.

대기업은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수요가 많지 않다. 지난해만 해도 대기업 대출 잔액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5개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71조3078억원으로 전월(73조7523억원)에 비해 3.3% 줄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자금 운용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프로세스를 진행한다"며 "최근에는 회사채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추세라 은행 대출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3월 한 달에만 대출 잔액을 10% 이상 확대해 코로나19 충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로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되며 회사채 발행에도 제동이 걸리자 은행에서 돈을 빌려 현금을 가지고 있으려는 대기업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에 자금이 충분한데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건지, 단기 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유동성이 긴급해 대출을 받는 건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에서 원화를 많이 확보하려고 하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달리 빠르게 대출을 실행할 수 있어 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매출이 크고 이미 신용평가 등이 이뤄진 상태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유리하다. 더군다나 현재 대기업들은 신규 대출을 받기 보다는 마이너스 통장 등 기존에 약정된 한도 대출 내에서 대부분 돈을 끌어다 쓴다. 한도 대출의 약정 규모도 커 움직이는 잔액이 많다는 설명이다.

▲(사진=연합)


대기업 대출이 늘어나면 은행의 대손충당금에 영향을 미쳐 은행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단 현재는 약정된 한도 대출 내에서 대출이 실행되고 있어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 대출이다. 경기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인 충격이 이미 나타나고 있어 은행들이 대출을 실행하는데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3월에 더 확대됐다. 5개 은행의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 3월 잔액은 455조4912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1.2% 증가했다. 1월 증가 폭은 0.7%, 2월은 0.6%였다. 국민은행 3월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1.9% 늘어난 106조437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한은행 93조2575억원(1.3%↑), 하나은행 86조7522억원(0.5%↑), 농협은행 84조9717억원(1.2%↑), 우리은행 84조728억원(0.9%↑) 순이었다.

가계대출 증가 폭도 3월 들어 더 커졌다. 3월 5개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19조9881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1.1% 확대됐다. 1월 증가 폭은 0.1%, 2월은 0.3%다. 신용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5개 은행의 3월 신용대출 잔액은 113조1195억원으로 전월 대비 2.0% 늘었다. 1월 -0.2%, 2월 1.1%에 비해 증가 폭이 크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44조1989억원으로 1.0% 늘었다. 1월과 2월에는 0%대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은행 빚이 늘어나고 있어 부실을 막기 위한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경기 변동이 심할 경우 대기업이라면 사내보유금으로 버틸 수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직접적으로 충격을 받는다"라며 "현재 임대료를 낼 수 없을 정도의 한계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 방침에 따라 은행들이 계속 대출을 확대하고 있어 자영업자 부실에 대한 관리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송두리 기자,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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