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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ESS 배터리 모듈 |
[에너지경제신문 신유미 기자] 글로벌 에너지전환 추세에 맞춰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ESS의 확대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대중화에 있어서 필수 요인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인 간헐성을 보완하고 과잉생산된 전력을 저장하기 위해 ESS가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5%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수준에서 65% 이상 낮추고, 1차 에너지 소비에서 비화석 연료 비중을 25%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우리는 새로운 발전 철학인 고품질 발전을 추구하면서 모든 면에서 녹색의 경제 및 사회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실질적으로 중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앞으로 더욱 확장될 것을 예고하는데, 이에 따라 ESS 수요도 덩달아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최근 "녹색 에너지 붐을 다짐하는 중국, 배터리 기술 경쟁 촉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해 시 주석의 발언과 ESS 업계의 반응을 전했다.
포브스는 "중국 소비자와 비즈니스가 소비하는 재생에너지는 앞으로 25%로 급증할 것"이라며 "시 주석은 중국이 생산하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10년 안에 5억 kW(키로와트)에서 12억kw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최대 20%의 ESS 용량이 앞으로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해 업계에는 상당한 희소식으로 여겨진다.
포브스는 이어 "새로운 에너지저장 기술에 대한 글로벌 시장은 거대하다"며 "중국은 이런 성장을 촉진시키는 거대한 자석처럼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패권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 역시 공격적으로 ESS 용량 증설에 나서고 있다.
이달초 에너지컨설팅 업체 우드맥킨지와 미국에너지저장협회(ESA)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미국의 ESS 신규설치량은 전분기 대비 240% 급증한 475 메가와트(MW)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7년 동안 기록된 분기별 설치 용량 중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주목할 점은 발전소 등 유틸리티 시장에 활용되는 ‘프론트 오브 더 미터’(FTM) ESS가 3분기에 400MW 가량 설치되는 등 급성장을 이끌었는데 업계에서는 "이러한 결과는 장기적인 추세의 시작일 뿐"이란 평가가 나온다.
보고서는 "미국의 ESS 용량은 올해 1.2GW에서 2025년 7.5GW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태양에너지의 성장세가 이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인 목표는 더 야심찬데, ESA는 2030년까지 ESS 용량이 100GW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 추세라면 현재의 신기록도 조만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 모스랜딩에서만 거의 600MW에 육박하는 ESS가 새로 건설되고 있다. 이외에도 롱비치에서 100MW 급 ESS가 건설중에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인근 시설에서도 150MW 용량의 ESS가 착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ESS 시장의 패권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지만 ESS에 대한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해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전기료가 높은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히며 에너지가 저장되는 기간은 충분히 길지 않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온라인매체 ‘예일환경360’은 "모스랜딩 ESS 계획은 샌프란시스코 전체에 6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저장용량을 갖출 것"이라면서도, 이를 위해 600MW의 용량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그러나 ESS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좋은 소식"이라며 "단순히 비용 절감만이 아니라 효율성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ESS는 계속해서 연구 개발되고 있다"면서 "장기간, 저렴한 ESS 없이는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시아권 업체들이 현재 저장용 배터리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의 CATL과 BYD, 그리고 한국의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최대 공급업체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