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오세영

claudia@ekn.kr

오세영기자 기사모음




[이슈분석] 풍력발전에 힘싣는 文 대통령…현실은 곳곳 '지뢰밭'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2.08 17:08
2021020901000450300019191

▲해상풍력발전기. 두산중공업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짙푸른 바다 곳곳에 거대하게 자리잡은 바람개비들. 전 세계가 탈탄소 선언에 나서고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착한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해상풍력발전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개월 새 두 차례 해상풍력발전 현장을 찾았다. 아무리 그린뉴딜 현장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특정산업 현장을 이처럼 잇달아 방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7월 현장방문 때 문 대통령이 밝힌 ‘2030년 글로벌 5대 해상풍력발전 강국’ 도약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비전과 함께 해상풍력단지를 구축하기 위해 50조에 육박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정부가 해상풍력발전에 확실하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해상풍력은 바다에 둘러싸인 한반도 지형에 적합한 발전 사업이라는 점과 발전효율이 높다는 점 등 여러 장점으로 각광 받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친환경에너지가 앞으로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고 전 세계가 그린산업 육성에 힘쓰는 만큼 우리나라 해상풍력산업이 세계시장을 선점하려면 부품 국산화와 시장 확보 등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게다가 국내 해상풍력단지를 구축하는 데에도 해당 지역 주민과 어업인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해상풍력 강국을 이루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곳곳에 남아있다.

2021020901000450300019192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에서 풍력발전기 모형을 단상에 꽂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文 대통령, 7개월 새 전남북 현장 잇단 방문 힘 싣는 ‘해상풍력 발전’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전북과 전남을 오가며 해상풍력단지 사업지를 직접 방문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전남 신안군 임자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투자협약식’에 방문해 48조5000억원(민간투자 47조6000억원·정부 투자 90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안 해상풍력 사업은 한국전력·SK E&S·한화건설 등 민간 발전사와 두산중공업·씨에스윈드·삼강엠앤티 등 해상풍력 제조업체와 지역주민이 참여해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발전량 규모는 8.2GW 정도로 지난해 기준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인 영국의 ‘혼 시’(Horn Sea·1.12GW)보다 7배 많다. 일자리도

12만개 창출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 국정과제인 한국판 뉴딜을 활성화하고자 현장행보를 다니고 있다. 해상풍력 관련 현장만 두 번째 방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전북 부안의 재료연구소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의 풍력시험동과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방문한 바 있다.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60MW 규모의 국내 세 번째 해상풍력 단지로 지난 2019년 7월부터 운전중이다. 시범단지를 조성해 오는 2028년까지 석탄발전 2.5기 용량에 달하는 총 2.46GW 규모(224만 가구 전력공급 가능)로 확대할 계획이다.

□ 전국 주요 권역별 해상풍력 발전 설비용량

◇ 발전사업허가를 얻어 추진중인 해상풍력 현황(22개소 총 3.3GW)
번호지역사업자발전소용량
(MW)
발전사업
허가
착공
예정일
1부산지윈드 스카이부산해기 해상풍력 1단계402017.09.2921.07
2부산해상풍력다대포 해상풍력962020.02.27미정
3경남한국남부발전욕지 해상풍력352 2019.03.1822.07
4경기서해그린 파워안산풍도 해상풍력2002019.07.19미정
5전남한화건설신안우이 해상풍력396.82019.05.2722.12
6압해풍력에너지압해 풍력402015.07.1021.03
7한국중부발전신안어의 해상풍력162019.05.27미정
8명운산업개발영광낙월 해상풍력354.482019.01.3021.04
9씨더블유엔알이영광창우 해상풍력151.22018.09.27미정
10재원에너지영광 두우리풍력99.12016.05.3122.06
11대한그린에너지영광야월 해상풍력49.82018.09.2722.06
12포스코에너지전남신안 해상풍력 1단계3002017.09.2922.10
13SK E&S전남 해상풍력96 2017.09.2921.10
14안마해상풍력영광안마 해상풍력2242019.04.2321.10
15전남개발공사영광약수 해상풍력4.32019.10.30미정
16한국남동발전완도금일 해상풍력2002018.11.2122.06
17한국서부발전완도 해상풍력148.5 2018.11.2122.01
18천사어의풍력발전천사어의 해상풍력162020.04.27미정
19야월2해상 풍력발전영광야월2 해상풍력102020.04.27미정
20매월해상풍력발전해남매월 해상풍력962020.05.01미정
21안마해상풍력영광안마2 해상풍력3042020.07.27미정
22울산SK건설동남해안 해상풍력1362018.09.27미정
※ 3㎿ 이상 발전소의 발전사업허가기준 (2020.08)
※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2020) 제출자료, 김경만 의원실

◇ 해상풍력 발전 비중 현재 1.8%…정부 목표 이루려면 10년 내 100배 성장 필요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특히 해상풍력에 집중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키우면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과 해상풍력발전기의 효율이다.

그린피스가 지난 2015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해상풍력은 제조와 건설·설치, 운영·유지·부수 등을 합쳐 발전능력 1㎿ 당 23.8명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태양광이 창출하는 20.4명과 석탄발전이 내는 16.7명보다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또 해상에서의 평균 풍속은 8m/s로, 육상 평균 풍속인 5m/s보다 더 강한 바람이 불어 효율이 높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연간 8만7000개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민과 발전수익을 공유하는 해상풍력을 확대하다는 게 ‘해상풍력 발전방안’의 핵심이다.

지난해까지 2년 동안 국내에 설치한 재생에너비 신규설비 규모는 생산능력 기준 6.9GW다. 이 가운데 육상 풍력은 1.65GW, 해상풍력은 124.5㎿ 규모다.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 연속 재생에너지 신규설비 보급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풍력발전 비중은 24%에 그친다. 해상풍력으로만 살펴보면 전체의 1.8% 수준이다.

현재 국내 상업운전 중인 해상풍력 시설은 △탐라 30㎿ △영광 34.5㎿ △서남해 실증 60㎿ 등 총 3곳이다. 이들 모두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해상풍력 분야에서 12GW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보다 100배 가까이 설비를 키워야 한다.

현재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추진 중인 해상풍력단지는 총 22곳(3.1GW)이다. 여기에 지역별로 추진 중인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총 7개(21GW)로 전체 24.1GW(발전용량)에 달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해상풍력은 전북 고창, 부안 해역의 서남권 해상풍력(2.4GW)이 대표적이다. 또 △전남 신안(8.2GW) △울산(1.4GW)+동남권(4.6GW) △제주 (0.6GW) △인천(0.6GW) 등에서 추진된다.

◇ ‘제품 국산화+세계 시장 선점’…세계 최고 해상풍력 국가 조건 갖춰야

해상풍력은 대규모 단지 개발과 높은 이용률, 환경피해 최소화 등 육상 풍력·태양광보다 장점이 많다. 우리나라 지형상 3면이 바다로 쌓여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봐도 해상풍력을 대규모 단지로 확장해야 정부의 그린뉴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가 그린에너지 전환을 시도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산업이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발전 규모 뿐 아니라 부품 국산화 등을 이뤄야 하다.

덴마크 국영 에너지 기업인 오스테드는 기존 화석연료 중심 사업에서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해 현재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 기업으로 우뚝섰다. 전 세계 해상풍력 발전소의 약 4분의 1을 오스테드가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 풍력 발전양 88%에 달한다. 대만과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사업을 추진한 오스테드는 최근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약 8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6년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인천시 굴업도 인근에 1.6GW 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탈리아 전력회사인 에넬도 앞으로 1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에 약 92조원를 투자한다. 스페인 에너지 회사 이베르드롤라와 미국 넥스트에라에너지도 해상풍력 사업 확장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발전설비 용량만 늘릴 뿐 아니라 부품 국산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풍력터빈과 블레이드, 발전기 등 핵심기자재 소재와 부품 등을 국산 제품으로 갈아 입히고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산업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비판이다. 현재 풍력발전 핵심 부품은 독일과 덴마크, 중국 등 외국산이 대다수다.

◇ 곳곳 지역 반대 많아 사업 지지부진…주민 수용성 문제 해소가 과제

정부가 야심차게 선언한 국내 해상풍력단지 구축을 성공적으로 이루려면 지역 주민과 어업인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 대규모 설비가 들어가는 만큼 입지선정이 중요한데 문제는 입지를 선정하더라도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발전기 구축을 반대한다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상풍력단지 구축은 입지발굴부터 인허가 설치 등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7년이 넘는 대규모 장기프로젝트다. 한 번 풍력 발전 설비를 설치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특성이라 정부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주민수용성 확보 작업을 거쳐야 한다.

실제로 서남해 해상풍력의 경우 지난 2010년 2.5GW 규모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10년째 60㎿ 설비만을 운영하고 있다.

서남해 해상풍력 단지가 들어서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남 순천시 주민 50여명은 8일 순천시 조례동 소병철 국회의원 앞 사무실에서 풍력발전소 설치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풍력발전소는 주변 3㎞까지 소음과 저주파로 인한 두통과 불면증, 이명, 마비증상 등의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풍력발전단지 구축을 반대했다.

부산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부산 해운대구 주민들은 "청사포는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해운대의 마지막 자연 촌락이며 생태, 힐링 관광지로서 발전가능성이 높다"며 "청사포의 자연 풍광을 지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류와 난류 교차해역의 얕은 수심이 해상풍력의 최적지로 꼽히는데 이는 연안어업의 최적지와 중복된다"며 "가장 중요한 조업지를 잃는다는 데 찬성할 어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고자 개별 사업자 주도 사업을 정부주도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해상풍력 사업을 정부가 주도해 입지정보도를 구축하고 어업영향이 적은 해역을 고려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사업자를 선정해 대규모 집적 단지로 개발해 나간다.

또 인허가 체계를 합리화해 사업속도를 높이고 주민수용성과 환경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해상풍력에 맞게 어선수와 공유수명관리 지역, 거리가중치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배분할 계획이다. 발전수익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주민참여형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