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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 |
본래 공급의무화제도(RPS)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생산한 전력을 전력시장에서 당일 가격으로 판매하고, 한국에너지공단이 발급한 재생에너지인증서(REC)는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의무가 있는 대형 발전사에 판매하여 수익을 맞추는 구조이다. 2012년 시행 초기 산자부는 계약시장과 현물시장을 개설하여 운영하였다. 계약시장은 공급의무발전사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12년간 계약을 맺어 거래하는 방식이고, 현물시장은 가지고 있는 REC를 호가를 통해 거래하는 시장이다.
RPS는 시장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해야 하므로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판매와 가격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기준가격의무구매제(FIT)에 비해 불안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산자부는 2017년 계약시장을 보완하여 고정가격계약제도를 시행하였다. 경쟁 입찰 방식은 유지하되 공급량과 선정기준을 정해 한국에너지공단이 낙찰 여부를 선정하고 공급의무발전사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장기 고정가격으로 계약을 하였다.
그런데 입찰 시장의 경쟁률이 높게 유지되면서 발전사업자들은 여전히 판매와 가격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입찰 시장의 가격은 매회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어 있다. 탈락자는 다음 입찰 시장에 보다 낮은 가격을 써낼 수밖에 없고 또 다시 탈락하면 그 다음 번에는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하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유효기간이 3년인 REC를 생산비 보전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현물시장에 투매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기도 한다.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우선 소형태양광만이라도 완전 구매를 해주는 제도가 한국형 FIT로 2018년 하반기부터 시행되었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산자부는 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한국형 FIT 참여 공고를 냈다.
당연히 시장에서는 소형 태양광 설치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한계 생산비가 높아 설치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나마 판매에 대한 불안이 없어 들어왔던 사람들이 더 이상 시장에 진입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개정은 선후가 바뀌었다. 산자부는 한국형 FIT에 손을 대기 전에 과당 경쟁으로 발전사업자들을 생산비 이하로 투매하게 만드는 입찰 시장에 대한 개선책을 내놨어야 한다.
의무공급량의 확대와 재생에너지인증서 발급 기준의 조정 등 큰 줄기의 개선이 필요하지만,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입찰 선정을 마친 뒤 탈락자들에게 선정 평균 가격 이하로 계약하는 기회를 주는 것도 과당 경쟁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후 계속적인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평균 가격보다 낮아도 탈락자는 충분히 판매할 의사를 갖게 될 것이며, 공급의무 발전사 입장에서는 평균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니 손해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의 보급을 위해 2000년 FIT제도를 도입한 이래 2012년 RPS로 전환하였다. RPS도 시행한 지 어언 10년차가 되었다. RPS 제도의 공과를 살피고 전반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시점이 되었다. 더구나 파리기후협약의 검증 시점이 다가오고 있고 유럽연합의 국경세가 구체화 되는 등 국제적인 압박이 임박해 탄소중립 2050 계획은 피할 수 없는 도정이다.
산업부문의 전력 사용량이 60%를 넘어 대규모 기획입지를 통한 재생에너지 확보도 불가피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민원,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반대를 넘어서야 한다. 따라서 우선 주택과 공장 지붕을 비롯해 주차장, 인근 유휴지 등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은 에너지 전환의 초기 단계에서 거쳐야 할 핵심적인 과정이다.
산자부는 부분적인 대증치료에 앞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기본인 완전 구매와 가격 안정을 위한 제도의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