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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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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신재생 확대, 전력망 불안정 막을 대책 세워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5.17 10:39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에교협 공동대표

이덕환 서강대 교수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에교협 공동대표

태양광·풍력을 비롯한 신재생 발전 설비의 무분별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신재생 설비에 의한 환경 파괴와 지역 주민의 불안과 불만은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임은 틀림없다. 부각이 덜 되고 있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오지에서 생산되는 자투리 전력의 효율적인 활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인구 저밀집 지역에 들어서는 신재생 시설의 전문적인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송전선로와 송배전 관리의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전기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2차 에너지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와 전기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모두 하나의 송전망에 연결되어야 한다. 더욱이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실시간으로 전량 소비를 해야만 한다. 남은 전기는 송전선로를 떠돌다가 열(熱)의 형태로 환경으로 흩어지게 된다. 단순히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투입한 비용의 손실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환경으로 흩어진 열은 궁극적으로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재생 설비를 송전망에 접속시키는 일도 쉽지 않다. 대형 발전소의 경우에는 초고압의 대형 송전탑을 설치한다. 2014년 완공 예정이었던 신고리 3호기를 송전망에 연결시키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 사업도 쉽지 않았다.

소규모의 신재생 설비를 송전망에 접속시키는 일도 간단치 않다. 대부분의 태양광이나 풍력 설비가 접근이 쉽지 않은 산골이나 인구 저밀집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 심각한 어려움이다. 소형이기는 하지만 장거리 송전선로를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를 해야만 한다.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송전망을 설치·관리하는 한전의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신재생의 계통접속에 1년이 넘게 걸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송전망의 송배전 관리도 쉬운 일이 아니다.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의 양보다 전기의 소비량보다 지나치게 많아지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송전선로의 전압이 떨어지고, 주파수가 불안정해진다. 결국에는 송전망에 연결된 발전기에 과부하가 걸려서 가동이 중단된다. 일단 문제가 시작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된다. 대형 발전기의 가동 중단은 송전망 전체의 전력 공급이 불가능해지는 재앙적인 ‘블랙아웃’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발전소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긴다. 송전망의 전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역시 송전망에 연결된 다른 발전기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실제로 무분별하게 태양광·풍력 설비를 확대한 제주도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흘이 멀다 하고 신재생 설비의 가동을 강제로 중단시키고 있다. 태양광 설비가 빠르게 늘어난 전남 지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밀양 송전탑 사건을 경험한 이후 2015년에 확정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강조하고 있는 ‘분산형 전원 확대’ 정책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최소화를 위해서 2029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12.5%를 분산형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영세 신재생 설비는 산업부가 의도했던 분산형 전원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대부분의 신재생 설비가 전기 소비지와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지에 설치된 신재생 설비의 규모가 영세하다는 사실도 심각한 걸림돌이다.

전국 송전망을 통한 송배전을 관리하는 전력거래소의 사정도 난감하다. 지금까지는 전문 인력이 관리하는 300여 곳의 대규모 발전소를 관리했다. 그런데 이제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수 천 곳의 영세 신재생 발전사들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 날씨에 따라 종잡을 수 없이 변하는 간헐성도 심각하다. 수요 예측도 쉽지 않은데, 이제는 신재생의 시간대별 발전량에 따라 LNG 발전소를 가동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영세 신재생 사업자들의 관리는 훨씬 더욱 어렵다. 어떠한 전문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사소한 고장도 한전이 직접 나서야만 수리가 가능하다. 노후 복지 차원에서 신재생 설비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에게는 어떠한 사회적 책임감도 기대할 수가 없다. 전력망의 불안정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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