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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르포]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허브'로 거듭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27 14:25

태양광·풍력·그린수소 단지 조성…그린뉴딜 중심지로

새만금

▲새만금 재생에너지 계획. 새만금개발청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우리나라 최대 간척지인 새만금이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지로 우뚝 서기 위한 야심찬 계획 아래 탈바꿈 작업이 한창이다. 육상·해상태양광과 풍력, 그린수소까지 재생에너지를 망라한 복합단지 개발을 통해 재생에너지 생산의 허브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로 세부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개발청 직원과 인근 지역 주민들은 새만금 개발과 관련 "재생에너지 생산단지 만큼은 계획대로 진행돼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의 중심지로 자리잡으면 좋겠다"며 "30년 동안 조용했던 새만금이 이제는 시끌벅적 해지고 사람들도 북적거리는 도시로 거듭 나길 희망한다"고 한 목소리로 기대감을 나타냈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처음 거론된 건 1987년이다. 당시 정부는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새만금 간척 종합개발’을 발표한 뒤 1991년부터 새만금 방조제 착공에 들어갔다. 20년 뒤인 2010년 새만금 방조제는 33.9㎞라는 세계 최장 길이를 뽐내며 준공됐다.

새만금개발구역은 오는 2050년 완료를 목표로 공사를 진행되고 있다. 예정목표 규모인 291㎢ 가운데 40% 정도 매립됐다. 당초 계획했던 농지 대신 국제공항과 도로, 철도, 항만 등의 건설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개발 계획이 바뀌는 탓에 30년 동안 입주하는 기업이 적었다.

새로운 땅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 때 쯤 정부는 새만금 권역을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중심지로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앞으로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을 아우르는 새만금 권역에는 약 7GW의 재생에너지 생산단지와 그린수소 복합단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원전 설비용량으로 치면 원전 7기를 세우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현재 우리나라 w전체 원전 24기(23.3GW) 설비용량의 3분의 1에 가깝다. 발전설비를 기반으로 한 산업단지와 연구개발(R&D) 시설, 관광시설, 거주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전체적인 인프라가 개선될 곳으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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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새만금개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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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 들어설 300MW 규모 육상태양광 발전단지. 새만금개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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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육상태양광 1구역. 새만금개발청

 

육상 태양광 300MW, 새만금 재생에너지 시대 ‘시작’ 

 


지난 23일 이른 아침 서울역에서 2시간 20분 정도 KTX와 무궁화호를 이어 타고 군산역에 내린 뒤 차를 타고 20분을 더 이동해 새만금개발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새만금개발청 너머로 펼쳐진 넓은 평야에는 육상태양광 발전소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태양광·풍력·그린수소 등 새만금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사업에서 육상 태양광 사업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총 3단계 중 1단계 사업에 포함된 육상태양광 사업은 1구역의 경우 지난해 12월, 2·3구역은 지난 4월 각각 착공해 이르면 연내 상업운전할 예정이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발전 계획 1단계에 속하는 육상태양광 발전 단지는 396만482㎡ 부지에 마련된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3배다. 총 발전규모는 300MW로 약 10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발전량이다.

새만금 육상태양광 발전 단지는 각 99MW씩 세 구역으로 나눠진다. 총 세 구역 가운데 공정률이 제일 높은 곳은 1구역 단지다. 지난해 12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현재 공정률 절반을 달성했다. 올해 12월 31일 상업운전을 거쳐 준공을 마무리한 뒤 오는 2041년까지 발전소를 운영할 계획이다.

육상태양광 1구역은 새만금개발공사가 발주를 맡았으며 남동발전과 현대엔지니어링, LS산전, 디앤아이코퍼레이션, 한백종합건설 등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1500억원이다.

규모가 127만5080㎡인 부지에 36개 블록으로 구성된 육상태양광 1구역 발전단지에는 △헬리컬파일 4만1310개 △구조물 1만3770어레이 △모듈 22만320장이 투입됐다. 공사가 진행중인 나머지 부지에도 토목공사를 마치고 헬리컬파일을 도입했으며 태양광 모듈 설치 작업만 남은 상황이다.

태양광 발전소 모양새를 갖춰가는 1구역 발전단지 옆에는 2구역과 3구역 공사도 진행중이다. 지난 4월 착공을 시작한 2구역과 3구역 모두 현재까지 공정률은 20∼30%다.

백준호 새만금개발청 신재생에너지기반과 주무관은 "1구역과 마찬가지로 두 구역도 연내 착공을 마치고 상업운전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산시가 발주한 2구역 사업에는 서부발전과 지역업체인 군장종합건설, 성정건설이 참여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1319억원, 부지 규모는 총 120만5218㎡다. 3구역 발전단지는 새만금개발공사가 발주를 맡았으며 중부발전과 호반건설 등이 사업에 참여한다. 총 사업비는 1451억원이며 부지 규모는 118만184㎡다.

육상태양광 발전 단지 중앙 지점에는 전기실 건물도 세워지고 있다. 백 주무관은 "새만금 육상태양광 전체 구역에서 생산되는 전기가 이 전기실에 모아진 뒤 새만금변전소로 보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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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수상태양광 2단계 발전단지 부지. 사진=오세영 기자

 

새만금호 뒤덮을 수상태양광…지자체 협의도 마무리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오가는 육상태양광 발전단지를 벗어나 수상태양광 발전단지로 향했다. 새만금에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 하는 총 2.1GW 용량의 수상태양광 발전설비가 들어설 예정이다. 1단계와 2단계 발전소 넓이를 합치면 28㎢로 여의도 면적의 10배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1단계 사업의 경우 이미 우선협상 사업자로 한화솔루션(300MW) 등 선정을 마쳤다. 앞으로 협상을 거쳐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육상태양광 단지에서 새만금방조제를 따라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리면 수상태양광 발전단지 현장에 도착할 수 있다. 새만금 권역 위아래를 가르는 남북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두 현장을 직진으로 오갈 수 있는 길이 없다. 임시개통된 남북도로를 통해 이동하니 30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북도로를 타고 새만금 남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군산시 끝자락에 다다른다. 도로 오른쪽으로 펼쳐진 새만금호에 1.2GW 규모를 자랑하는 1단계 수상태양광 발전 단지가 들어선다.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단지 1단계 사업은 15.9㎢로 조성된다. 아직 착공 전이라 태양광 발전 설비나 기자재는 눈에 띄지 않았다.

송완섭 신재생에너지기반과 사무관은 현장을 가리키며 "현재 설치된 발전 설비는 아무 것도 없지만 물 위에 부력체를 띄운 뒤 수상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지금 보이는 새만금호 앞부분은 태양광 발전기로 덮여진다"고 설명했다.

수상태양광 1단계 발전단지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 남북도로와 동서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이 나온다. 이 곳에 수상태양광 2단계 발전단지가 들어선다. 2단계 수상태양광 발전단지는 11.9㎢ 부지에 0.9GW 규모로 마련된다.

그 동안 2단계 수상태양광 발전사업권을 놓고 새만금개발청과 군산시 간에 대립이 이어졌다. 군산시는 군산 해역에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되니 발전사업권이 지역 투자유치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만금청은 새만금지구가 특정 지자체 소속이 아닌 공유수면이니 지구 전체 개발을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최근 새만금청은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과 지역 상생 협약을 진행한 뒤 2단계 새만금 수상태양광 발전사업권을 △군산시 450MW △김제시 225MW △부안군 225MW로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송 사무관은 "1단계 사업의 경우 오는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발전개시를 진행해 오는 2043년까지 발전소를 운영하는 게 목표"라며 "2단계 사업은 2025년 발전 개시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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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태양광 시범 사업 단지. 사진=오세영 기자

 

주민들 "새만금 부흥 기다려"…그린수소·스마트 수변 도시 등 계획 

 


"처음에 새만금 방조제 세워지고 식당도 그렇고 엄청 들어왔지요. 근데 기업들 입주도 안하고 하니까 상권은 다 죽어버렸어요. 매립해서 북적거릴 것처럼 다들 그리 기대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시다시피 조용해요."

새만금 권역과 가까운 군산 비응항에서 10년 정도 편의점을 운영해 온 지역주민 김 모 씨(남)는 평소 새만금 분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태양광인가 또 엄청 개발한다고 하는데 글쎄요. 잘되면 좋지요 저희야. 근데 또 직접 가봐야 아는거니까요. 기대만 했다가 또 계획만 번지르르 할 수도 있잖아요."

그는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등 친환경과 디지털 도시 계획이 제대로 추진돼 새만금 분위기가 나아질 걸 기대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하는 눈치였다.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구축하겠다는 소식이 들린 이후 기업들은 다시 새만금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지난 2018년 10월 말 청와대에서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를 발표한 뒤 관련 업체들의 투자 체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말부터 태양광 모듈과 부유체, 구조물, 에너지 설비 관련 업체 9곳이 투자를 체결했다. 실제로 군산 시내에 입주한 수상태양광 부유체·모듈 등과 관련된 업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새만금에는 태양광 뿐 아니라 해상풍력과 그린수소 단지도 들어설 예정이다. 다만 해상풍력의 경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 문제로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못했다. 새만금 풍력을 두고 해상풍력으로 볼 것인지 수상풍력으로 정의 내릴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인허가가 늦어지면서다.

새만금 권역 북쪽에는 그린수소 생산 클러스터도 마련된다. 오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대규모 수전해 시설과 연관기업 집적단지를 꾸려 그린산업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연 1만5000t 규모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설비와 기업 집적단지, 통합지원센터가 만들어 질 예정이다. 또 현대차·LG전자 등 민간기업과 함께 기술력과 경제성을 검증하고 제도 개선사항을 마련하기 위한 그린수소 사업화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생산클러스터에서 추진되는 내용을 바탕으로 그린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도시·산단도 구현할 방침이다. 그린수소 복합단지를 마련해 그린수소 생산부터 복합형 수소충전소와 연료전지 발전소 등 사업을 추진하고 그린수소 수출입 전용부두도 설치할 계획이다.

또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기술이 도입된 스마트그린 수변도시로 새만금 권역 내에 생긴다. 건축물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와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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