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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전에 태양광산업의 제도와 시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이 ‘과속의 덫’에 걸린 것이다. 태양광 산업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면서 양적 성장에도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가 태양광 산업의 홀로 서기를 지원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보다는 지원금 풀기에 급급한다는 것이다. 태양광 모듈 등의 국산화율이 낮아 중국업체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은 이래서 나온다. 또 여름철 장마·태풍이 올 때마다 걱정되는 침수피해 및 환경문제, 한 탕을 노린 각종 사기·편법의 기승, 재생에너지가 한꺼번에 몰려 발전 정지되는 출력제어 빈발 우려 등 태양광 보급 확대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속출한다.
이에 국내에서 제대로 된 태양광 관련 전후방 밸류체인을 갖춘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후환경 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는 게 필요하지만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 확대에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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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발전소 설비용량은 이날 기준으로 1만6005MW에 이른다. 이는 설비용량으로만 따지면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소 16개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태양광은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성장해왔다.
지난 2018년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은 7130MW로 3년여 만에 두 배가 넘는 124%(8875MW) 늘어났다. 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다음으로 가장 많이 성장한 건 바이오에너지다. 바이오에너지 발전소는 이날 기준으로 설비용량이 1320MW로 지난 2018년 538MW에서 782MW 늘어났다. 바이오에너지도 설비용량이 3년 새 두 배 넘게 늘어났지만 늘어난 설비용량을 태양광과 비교하면 열 배 넘게 차이 난다.
그만큼 태양광 발전사업에 발전량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발급량도 늘어났다. 지난해 태양광 REC 발급량은 2076만4073REC로 지난 2018년 922만3263REC보다 125%(1154만0810REC) 늘어났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만큼 지급되는 인증서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는 REC 판매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REC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를 지원하는 보조금 역할을 한다.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2030년까지 설비용량 총 3만6500MW의 태양광 발전소를 확보할 계획이다. 전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중 57%를 태양광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20%, 2050년에는 65∼80%까지 늘릴 계획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의 경우 발전소가 생산 가능한 전력량 대비 실제로 생산한 전력의 비율을 뜻하는 이용률은 지난해 기준 약 15%로 알려져있다. 이는 풍력발전 이용률 25%보다도 적다. 이용률을 80% 이상 유지할 수 있는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과 달리 태양광은 햇빛으로 발전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다. 태양광 발전은 이용률이 낮아 같은 발전량을 생산하려고 하더라도 더 많은 설비용량이 필요해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도 비교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산업이 이런 한계에도 승승장구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태양광 보급 확대로 REC 공급이 늘어나 REC 현물시장 가격은 3년 새 70%나 곤두박질했고 발전사업자들의 수익은 크게 감소했다. 산지를 포함해 지역 이곳저곳 설치된 태양광은 환경 파괴를 지적받고 장마와 태풍 등 재해에 노출돼 있다. 국내 태양광 부품 산업이 자리를 잡지 못한 가운데 중국산 부품을 수입해서 태양광 보급 목표를 채우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로 설비용량 50만MW에 이르는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자 한다"며 "발전효율이 낮고 간헐성도 큰 현재의 태양광 기술로는 그 정도 용량의 태양광을 보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이 낮아진 REC 가격에서도 태양광 산업이 경쟁력이 있어야 하는 데 기술 개발은커녕 중국에 밀리고 있어 태양광 산업이 자리 잡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정책은 꿈과 환상이 아니라 현실로 검증된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산업이 홀로 설 수 있는 기술과 벨류체인을 갖춰야 탄소중립의 수단으로서 논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서는 태양광 산업이 최근에는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곧 반작용으로 침체기가 올 거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기로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안병준 솔라플레이 대표는 "태양광 시공 물량이 줄어들어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앞으로 열 개의 태양광 시공사 중 한 두 개만 살아남을 것으로 보여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태양광 발전은 전력망에도 문제를 주게 된다. 전력을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공급하는 전력망은 전력이 꾸준히 흘러 들어와 일정 수준의 전압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은 햇빛이 있는 낮에 발전하고 해가 지는 밤에는 발전하지 못하게 된다. 태양광 발전이 많아지면 일정 수준의 전압을 유지하기 어려워 설비가 고장이 나 전력망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전력공급망에서는 전력 소비와 생산이 일치해야 하는데 태양광 발전소는 소비자가 필요하지 않을 때도 발전을 한다"며 "태양광 발전소의 비중이 높은 전력공급망은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