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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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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의 덫’ 걸린 태양광산업] 장마철만 되면 효율성 낮아 사업자 울상…올핸 전력 피크 기간까지 겹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7.04 12:32

갈수록 기상 변화 잦아지는 우리나라서 전력 피크 때 수급 대응에 힘 못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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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암 산림청장이 지난달 25일 전북 장수군 지역의 태양광 발전시설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산림청

'과속의 덫' 걸린 태양광산업 글 싣는 순서

①지원금에만 의존하는 산업
②장마·태풍 올 때마다 불안
③한 탕 노린 사기·편법 기승
④中업체 배 불리는 수입 부품
⑤돌발 발전 정지 빈발 우려
⑥뾰족한 정책 대안 없는가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장마가 본격 시작되면서 태양광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역대급 긴 장마로 태양광 사업에 큰 타격을 줘 올해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햇빛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장마 기간이 길어질수록 태양광 발전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발전에 지장이 생길 뿐 아니라 장마와 태풍에 태양광 발전시설 자체가 손상을 입기도 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태양광발전소가 더 많아지면서 장마와 태풍의 위험에 노출되는 발전소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발전소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장마와 태풍에 따라 전력 공급도 불안해진다. 실제로 전력 수요가 높은 7월에 장마철이 겹쳐버리니 태양광 발전이 중요할 때 힘을 쓰지 못한다. 날씨가 태양광 산업의 ‘과속의 덫’이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장마와 태풍과 같은 재해에 대응할 공통 메뉴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가오는 장마에 태양광 업계 긴장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기상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늦은 장마로 전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번 장마는 첫날인 지난 3일부터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강수량이 일부지역에서는 15Omm 이상의 비가 오고 지역에 따라 시간당 50mm 이상의 집중호우도 왔다. 바람 역시 강하게 불어 장마 기간 동안 시속 70km 이상의 강한 돌풍이 불 수 있어 강풍 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시설물 관리와 안전사고에 더욱 유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 장마의 강수량이 얼마나 되고 언제 끝날지는 불분명해 기상청서도 확답을 내리지는 못한 상태다

장마가 본격 시작하자 태양광 업계에서는 발전소 점검과 시설물 관리, 보수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발전소를 모니터링 해 발전소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게다가 장마 기간 중에는 발전량이 감소해 장마 기간이 얼마나 길어지냐 여부에 따라 발전사업자들 수익이 달라진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해마다 장마철이 오면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너무 긴 장마로 발전 사업에 큰 지장이 있어 매해 장마철이 오면 날씨에 주목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장마가 늦게 시작하는 만큼 장마가 짧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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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태양광 월 평균 발전시간. 자료:전력통계정보시스템



 

2050 탄소중립 목표로 태양광 의존도 높이는 정부 

 


장마와 태풍이 오면 불안하지만 정부는 2050년까지 태양광 발전소를 보급의 속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소를 설비용량 500GW 안팎 수준으로 늘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발전소 설비용량 1GW를 늘리는 데 필요한 면적은 약 13.2㎢로 분석된다. 만약 500GW의 태양광 발전소를 늘린다면 총 6600㎢의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서울시 면적 605.2㎢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태양광 발전소를 산지에 건설하면서 환경을 파괴한다는 논란이 따라왔다. 산림청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전국 임야에서 총 232만7495그루의 나무가 베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임야에 짓는 태양광 발전소 규제가 강화돼 앞으로 임야에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건 쉽지 않다. 농지에도 각종 이격거리 규제가 따라와 태양광 발전소를 공장 지붕과 같은 건물옥상의 유휴부지에 건설하는 게 요즘 업계 추세다. 기술 발전으로 모듈 효율성이 올라가면서 태양광 발전소 설치 필요 면적도 점점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산림자원법 시행령 개정으로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을 일시 사용허가 대상으로 전환해 지목변경을 금지했다. 사업자는 20년간 발전시설로 사용한 후에 시설 부지를 다시 기존 임목 상태로 돌려놔야 한다.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의 평균 경사도 허가기준을 기존 25도에서 15도 이하로 강화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임야 태양광 발전소는 0.7에서 0.5로 낮춰 임야 태양광에 대한 규제는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내년에 건설하는 임야 태양광 발전소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지원하기 위해 발급되는 REC가 28.6% 덜 발급돼 발전수익이 그만큼 감소한다는 의미다.


 

전력 피크 기간에 힘 못 쓰는 태양광 발전, 시설 손상도 

 


지난해 장마는 중부지방 기준으로 지난해 6월 24일 시작해 54일 만인 8월 16일 종료됐다. 이는 역대 가장 긴 장마 기간으로 기록됐다. 강수량은 장마기간 평균 강수량 356.7㎜의 두 배에 달하는 701.4㎜를 기록해 역대 두 번째로 비가 많이 내린 장마였다.

실제로 장마는 여름철 태양광 발전시간을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월별 전력시장 운영실적을 분석해보면 7월 태양광 평균 발전시간은 2.82시간으로 4월 5.08시간의 55.5% 수준이다. 이는 일조량이 낮은 겨울철인 11월의 평균발전시간 2.68시간하고 비슷한 수준이다. 발전시간이 주는 건 그만큼 발전량도 감소한다는 의미다.

그 결과 전력 피크기간인 7월에 정작 태양광 발전이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지 못하게 된다. 지난해 7월 전력거래량을 분석하면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5%였다. 이는 지난해 4월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 1.46%의 58% 수준이다.

장마와 태풍으로 태양광 발전소 시설파괴가 보고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림청은 한국에너지공단, 전기안전공사, 산지보전협회 등 관계기관과 함께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전국 약 7만4000여개 태양광, 풍력 발전설비에 대한 사전 안전점검을 추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여름철 풍수해 대비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긴밀한 협조를 통해 사전 안전점검, 사고접수와 대응 등을 처리할 계획을 세웠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0일부터 9월 4일까지 피해를 본 태양광 설비는 총 52건으로 보고 있다. 산림청은 산지태양광 피해 건수를 총 27건으로 봤다. 이는 당시 전체 태양광 설비 34만4000여개에 비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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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태양광 설비.



 

정부, 재해 매뉴얼조차 마련 않고 사업자에 책임 요구만 

 


실제로 체감되는 사고 건수는 많지 않다 보니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 사이에는 설마 사고가 나겠느냐는 안전 불감증이 있다고도 업계는 말한다.

하지만 올해부터 태양광 발전소가 재해로 발전을 중단할 때 제 때 신고하지 않으면 한 달 동안 REC 가중치가 적용되지 않아 재해에 대해 더 신경 써야 한다. 발전소가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더라도 가동이 중단되면 신고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 설비를 기준으로 1MW(원격 감시 기능을 갖춘 경우 3MW) 이상 설비는 가동 중단 후 1일 이내, 1MW 미만 설비는 3일 이내에 가동 중단 사실을 한국에너지공단에 알려야 한다.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발전량에 따라 REC가 발급이 된다.

그중에서도 정부가 육성이 필요하다고 보는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REC 가중치를 1.0보다 높게 줘 실제 전력 생산량보다 REC가 더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건물에 설치한 태양광은 REC 가중치를 1.5를 주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한 태양광에는 5.0을 준다.

이는 REC가 가중치 1.0인 다른 발전소와 비교할 때 REC가 1.5배와 5배가 더 나온다는 의미다. 하지만 만약 재해 후 제때 신고하지 않으면 REC 발급이 아예 중단되게 돼 REC 가중치가 높은 발전사업자는 특히 손해가 커 발전 수익의 30%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태양광 사고에 대한 정부 규제로 사업자에 대한 책임 요구는 강해졌지만 재해에 대응할 매뉴얼조차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태양광 발전소를 유지·보수·관리(O&M)하는 업체가 제각각인 만큼 업체마다 관리하는 정도가 달라 발전사업자의 사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결국 공통적인 매뉴얼이 있어야 적어도 업체들이 그 기준을 따라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장마를 앞두고 점검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수십만 개에 달하는 태양광 시설을 점검하는 건 결국 유지관리 업체들"이라며 "각 업체들이 책임감 있게 시설을 점검하려면 공통적인 내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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