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2050년 탄소중립 및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전력 생산 설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전력의 생산지와 수요지를 연결하는 송전망 확충 관련 정부와 한국전력의 노력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지적됐다.
애써서 발전설비를 늘려놓고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전력 수급 불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놀리거나 많은 비용 들여 어렵사리 생산한 전력을 버려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동해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기간 송전 고속도로 구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최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전력대란의 경고음이 국내에서도 들려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신규 태양광 발전 설비와 민간 석탄화력발전소 등 전력 생산 시설은 잔뜩 늘고 있지만 이를 끌어올 송전선 투자가 소홀해 발전소들을 놀리고 생산된 전력도 버려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원전·석탄발전 등 기저발전이 많은 동해지역 송전선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안 지역은 기존 발전원에 속속 들어서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까지 고려하면 최대 전력 공급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및 디지털산업화 가속 등에 대규모 전력수요가 예상되고,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문제도 여전히 커 신규석탄화력발전 등 기저발전을 활용할 수 있는 송전망을 확충하지 않을 경우 수요 대응에 한계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24년 동해지역 기저발전량만 17기가와트(GW) 이상으로 늘어난다. 올해부터 앞으로 4년간 이 지역에 약 7GW 규모 신규 기저전원 진입될 계획이지만 동해안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송전선 신설 추진은 4GW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정부·한전 무책임까지 겹쳐 속도를 내지 못하고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 추진 동해∼수도권 송전선로의 경우 동해지역 원자력·석탄 발전소 신설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속속 이뤄지고 있는데 완공 목표시기가 자꾸 연기되고 있다.
결국 동해지역 신규 기저전원 7GW 들여와봐야 무용지물 신세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런데도 정부와 한전은 눈치만 보며 방관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이 송전선로 구축사업은 1·2단계로 이뤄지는데 1단계 사업은 현재 입지선정 초기단계에 있고 2단계는 예비타당성 검토 중이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준공 목표시기를 당초 내년에서 2025년 또는 2026년으로 잠정 연기했지만 성과는 회의적이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가장 큰 이유다.
더구나 이 송전선로의 경우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중화가 가능하고 송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신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채택한 것으로 전했졌다.
한전이 최근 확정·발표한 9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도 동해 전력망 확충의 뚜렷한 대책이 없다. 2034년까지 재생에너지 계통 강화에만 12조3000억 투자하겠다고만 발표했다. 전력수급에 차질 생길 경우 산업시설 가동 중단은 물론 전기료 급등까지 이어져 국민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신규 전원 송전 좌초할 경우 국가재정으로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등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9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전면 재검토하고 동해-수도권 전력망 확충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설비가 늘어나면 당연히 송전설비도 늘어나야 한다"며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합리적인 보상 없이 송전설비 건설을 환영할 이유가 없고, 한전 차원에서도 강행할 도리가 없다. 결국 정부에서 나서 해결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 확대만 강조하고 정작 이같은 논의는 지지부진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