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켈 함량을 극대화시켜 배터리 성능을 개선한 SK온 ‘NCM9 배터리’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주요 원료인 니켈 가격이 올해 2분기 들어 급락하며 안정기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급등했던 가격이 변동을 멈추고 당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니켈 함량이 높은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을 주력해온 국내 업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13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톤당 지난 9일 기준 2만 8055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51.75% 올랐지만 전월 평균 대비 등락률은 0.38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2만달러 대로 하락세를 이어오며 안정화되는 추세다.
니켈은 배터리 가격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이다. 올해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니켈 가격에 변동성이 높아졌다. 세계 니켈 공급량 11%를 책임지는 러시아가 전쟁에 돌입하자 니켈 가격은 지난 3월 연중 최고 수준인 4만 2995달러를 기록하며 치솟았다.
니켈 가격이 안정화된 배경으로는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가 꼽힌다. 주요 도시 봉쇄에 따라 전기차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일종의 재고 조정 효과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니켈 가격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지며 당분간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배터리 원료 광물 안정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지난달 ‘애널리스트 투자 메모’라는 보고서를 통해 "니켈과 코발트, 리튬 등 3대 광물 가격이 향후 2년 동안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천정부지로 뛴 배터리 가격이 고점을 지나 공급과잉에 따른 하락기로 접어들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니켈 가격은 올해 하반기에 현재 대비 20% 오른 톤당 3만 6500달러를 기록한 뒤 다시 떨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니켈 가격 안정화는 국내 배터리 업체와 주요 원재료인 양극재 기업 모두에게 호재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3사는 니켈 함량을 극대화한 양극재를 투입하는 하이니켈 배터리를 확대하고 있어 니켈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올해 1분기 국내 배터리 3사가 양극재를 포함한 원재료 매입에 들인 비용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업체는 높아진 원가를 배터리 가격에 전가하기 때문에 수익성에는 타격이 없다. 대신 비싼 배터리 가격에 부담을 느낀 완성차회사가 가격이 비싼 니켈 기반 배터리 대신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용을 늘릴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업체가 중국과 수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니켈 가격 안정화로 하이니켈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면 LFP 배터리와 경쟁에서도 더욱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된다.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양극재 생산업체도 니켈 가격 안정화로 판가 이전 부담에 따른 우려를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LG화학과 포스코케미칼 등도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에 주력하면서 안정적인 니켈 공급망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LG화학, LX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 중국 화유코발트가 참여하는 LG컨소시엄이 인도네시아 정부와 니켈 광산 투자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X인터내셔널은 이와 별도로 독자적인 니켈 광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니켈 등 광물 가격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아 온 완성차 업체도 현재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다.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배터리 가격이 치솟았음에도 전기차에 상승분을 전가하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가격이 조정되면 업계가 전기차 사업을 안정적으로 전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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