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들은 그동안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공격적인 M&A로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 완벽한 모습을 갖췄다. 이제는 완성된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리딩금융 경쟁에서 승기를 쥐어야 하는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됐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부문을 보강하기 위해 카드, 증권사 등의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4대 금융지주사의 M&A 현 주소와 향후 과제 등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① "몸집만 키우는 시대 갔다"…전략 확고해진 금융지주
② 생보사 통합 남은 KB금융, M&A 마침표는 ‘비은행 지표’
③ 포트폴리오 완성한 조용병 회장…신한금융, 손보업 진출 결과는
④ ‘지주사 완성형’은 한 끗 차이, 우리금융지주 과제
⑤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하나금융지주의 고민
▲하나금융지주.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작년까지만 해도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간에 리딩금융 독주를 위협할 수 있는 금융지주사로 관심을 모았던 하나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에는 우리금융지주에 밀리는 이변이 일어났다. 최근 몇 년 간 해외사업, 디지털 등에서 꾸준히 두각을 드러낸 가운데 상반기의 경우 주식 거래대금 감소 여파로 비은행부문이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비은행부문에 대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고민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롯데카드, 함영주 회장 취임 후 첫 M&A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최근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보유 지분(59.83%) 및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을 진행했다. 이번 예비입찰에는 금융사 가운데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던 우리금융지주, KT, 토스는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가 금융사 중 유일하게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는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함영주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나 4대 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경쟁 구도를 보면, 함 회장 입장에서는 비은행부문 강화에 대한 갈증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일례로 KB금융, 신한금융이 최근 몇 년 간 보험사 등을 인수하며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과 달리 하나금융지주는 비은행 계열사의 역량을 보험보다는 증권 쪽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하나금융그룹이 하나증권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기자본 6조원에 육박하는 증권사로 키운 것이 확충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기자본 확충과 함께 증시 호황이라는 대외적인 여건까지 맞물리면서 하나증권은 하나금융의 비은행부문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하나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해야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 거래대금 감소 여파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작년과 같은 실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진 영향이다.
실제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전체 순이익 가운데 비은행부문 기여도가 2020년 말 34.3%에서 올해 상반기 30%로 하락했다. 하나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이 작년보다 49.6% 감소한 1391억원에 그친 여파가 컸다. 하나생명은 1년 전보다 47.7% 줄어든 109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하나손해보험은 상반기 21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KB금융, 신한금융의 경우 상반기 증권사 부진을 보험 계열사들이 상쇄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로 인해 하나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1조7274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2조7566억원), 신한금융지주(2조7208억원)은 물론 금융지주사 출범 4년차인 우리금융지주(1조7614억원)에도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나왔을 당시 하나금융이 과감하게 베팅하지 않으면서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진단했다.
◇ 높은 몸값, 어두운 업황…롯데카드 둘러싼 불확실성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
그럼에도 함 회장은 취임 초기 전임 회장이 이뤄놓은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크게 변화를 주기보다는 ESG 등에 집중하는 쪽을 택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M&A 시장이 위축된 데다 정부가 금융사를 향해 코로나19 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점도 함 회장의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제약하는 요인이었다. 즉 함 회장 입장에서는 실적 부진,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 악화 등의 동시다발적 불확실성을 마주한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함 회장이 취임 후 첫 M&A로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한 것은 그룹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어떠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다. 시장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매각가로 제시한 3조원대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의견이 나온다. 롯데카드는 지난해 시장점유율 8.9%로 이용실적 기준 5위에 해당한다.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카드 시장 점유율이 6%대인 점을 고려할 때 하나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카드 시장 점유율을 15% 내외로 끌어올릴 수 있다. 롯데카드는 실적도 우수하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2203억원, 순이익 17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46%, 62.6% 증가했다. 그러나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금리 상승, 빅테크 및 핀테크와의 경쟁 심화 등 신용카드사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는 점은 이번 예비입찰 과정에서도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가운데 롯데카드의 경우 부동산PF 비중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카드 대출자산은 6월 말 기준 부동산PF가 46%로 가장 높다. 이어 기타 기업대출 39%, 기타 가계대출 7% 수준이다.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1% 수준으로 낮지만, 건설 및 부동산업 관련 비중이 전체의 65%를 차지하고 있어 잠재적인 위험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바꿔 말해 롯데카드를 인수하려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겉으로 보여지는 롯데카드의 시장 지위보다는 실적의 지속가능성 여부, 리스크 요인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를 둘러싼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하나금융지주가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함 회장 취임 이후) 첫 M&A이고, 금융사의 경쟁 구도가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롯데카드 인수로 어떠한 경영 전략을 펼칠 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롯데카드의 영업기반, 마케팅 전략 등의 강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격적인 경영 색깔과 마케팅 능력 등은 타사와 차별화된 롯데카드만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