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네이버의 첫 번째 데이터센터 ‘각 춘천’의 내부 모습. 수만대의 서버가 가동되고 있다. 네이버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데이터센터 4∼5개는 원자력발전소 1개 생산 전력을 소비한다. 전력 생산 발전소 인근에 전력 소모가 맡은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 막대한 비용이 드는 대규모 송전망을 구축하지 않고도 전력 소비를 효율화할 수 있다."
대형 발전소 인근에 데이터센터 유치를 유치해 전력 소비를 분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효율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게 목적이다.
데이터센터 유치 지역으로 환동해지역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환동해지역은 강원 강릉·속초·삼척·태백 등을 연결하는 해양권과 강원 춘천· 경북 영양 등 15곳의 육상권을 연결하는 해양및 육상 벨트다.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3일 "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자급과 송전제약 문제 해결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에너지 배분 방식을 개선할 방안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함께 시급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의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일치 문제가 심각하다. 생산은 발전시설이 동해안 지역에 집중돼 있는 반면 소비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월보 지난해 10월호 ‘전국 지역별 전력자립률’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부산·울산·경북·강원 등 동해안권 발전량은 16만9094기가와트시(GWh)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전체 발전량 49만2605GWh의 34.3%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이 동해안권 지역 전력소비 총량은 9만6358GWh로 이 지역 발전량의 56.9%에 불과했다. 동해안권 지역의 생산 전력이 현지에선 남아도는 셈이다. 동해안권 지역 전력 소비량은 전국 광역시도의 전력 소비 총량 45만2267GWh에 비교해도 21.3%에 그쳤다.
반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경우 총 발전량은 11만8927GWh으로 전국 광역시도 발전량의 24.1%였다. 하지만 소비량은 17만9708GWh로 전국 소비량의 39.7%나 차지했다. 수도권의 전력 자급률은 겨우 66.2%였다. 특히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8.6%에 그쳤다. 전력 생산은 3531GWh인데 소비는 4만1145GWH였다. 전력 소비량이 생산량의 12배에 가까웠다. 경기도의 전력자립률도 59.8%에 머물렀다.
문제는 동해안권 지역의 남은 생산 전력을 소비 전력이 부족한 수도권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송전망 구축에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고 비용도 천문적으로 소요되기 때문이다.
실제 동해안∼신가평 500KV 고압직류송전(HVDC)선 건설이 지난 2014년부터 추진돼 당초 지난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했는데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준공 시기를 오는 2026년으로 미뤄뒀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동해안∼신가평 HVDC 구축 사업은 경북 울진의 신한울 원전에서 시작해 3개 도 10개 시·군(경북 울진·봉화, 강원 삼척·영월·정선·평창·횡성·홍천, 경기 양평·가평)을 경유해 경기 가평의 신가평 변전소에 이르는 선로 230km, 철탑 약 440개, 송전용량 8GW의 대규모 건설사업이다.
이 HVDC 건설사업은 당초 동해안권 신규 대규모 발전설비 추가 건설에 대비해 추진된 것이다. 동해안∼신가평 HVDC 건설 사업이 지연되는 사이 동해안권 신규 대규모 발전설비들은 속속 준공돼 가동되고 있다.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 3곳(GS동해전력·강릉안인화력·삼척화력 각 2기) 총 6기 5.2GW, 원전 2곳(신한울·신고리 각 2기) 총 4기 5.6GW 등 모두 10.8GW가 2024년까지 전력시장에 줄줄이 진입한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인 GS동해전력 1, 2호기 등이 지난 2017년, 신규 원전 신한울 1호기가 지난해 각각 준공돼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 지역에 가동 가능한 발전설비는 총 11.5GW였고 2024년까지 준공될 발전설비를 합하면 총 17GW의 엄청난 규모에 달한다.
동해안 지역 발전량을 송전망이 감당할 수 없으니 이 지역 발전소들의 출력을 줄이고 있다. 최근 이 지역 발전소들의 가동률이 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9·15 순환정전을 계기로 동해안 지역에 값싸게 전력을 공급하는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지어 놓고도 송전선이 없어서 비싼 가스 발전기를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전기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를 전력 생산지인 동해안 지역에 구축하는 것으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산업계에 따르면 실제 코로나 19가 촉발한 비대면 사업환경과 급격히 이루어지는 디지털 전환으로 데이터 트래픽이 최근 2년간 약 2.5배 급증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어플리케이션의 증가로 데이터센터는 최근 5년간 약 50%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에 53개에 불과했던 데이터센터가 2020년에 156개로 늘어났고 올해는 205개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최근 신설된 600여개의 데이터센터 중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갖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약 310개로 데이터센터는 대형화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1개는 약 300메가와트(MW)의 엄청난 전력을 사용한다. 지난해 상업운전에 들어간 신한울 1호기의 발전설비용량은 1400MW다. 단순 계산하면 데이터센터 4∼5개면 원전 1기의 발전량을 소화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데이터센터의 60%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고 그 다음으로 충청권이 14.6%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를 전력 생산지 인근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셈이다.
산업계 한 인사는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을 많이 쓸 뿐 아니라 부하 패턴도 양호하고 24시간 돌아가기 때문에 기저 발전기에 적합하다"며 "건설 기간도 1년이면 가능하며 2년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전력 생산지 인근의 데이터센터 유치는 국가 균형발전 차원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 발전사 한 관계자는 "발전소 인근의 데이터센터 유치는 지역 고용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전소가 대거 입지한 동해안 지역의 경우 데이터센터 유치의 최적지로 꼽힌다"며 "이곳은 서핑 해변과 카페가 밀집한 곳인데다 수도권의 새로운 1일 관광지로 뜨고 있어서 젊은 IT산업 종사자들에게도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해안권 등의 데이터센터 유치엔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 완화 및 세제·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가 지역으로 가려면 무엇보다도 입지 관련 기업이 매력을 가질 수 있는 각종 인·허가를 쉽게 하고 대폭적인 세제나 금융 지원 정책이 있어야 한다"며 "특히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를 과감하게 도입해 값싸게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