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5.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도 생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최대 경쟁 상대인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시장 태동과 함께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해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주력 차종인 아이오닉 5의 경우 글로벌 수상과 호평 세례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4월 ‘2022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했으며 10월에는 세계적인 권위의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 ‘올해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전기차 최초로 선정됐다. ‘2022 독일 올해의 차’, ‘2022 영국 올해의 차’ 등 타이틀도 지녔다.
문제는 현대차·기아가 현재 전기차 판매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도입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활로를 찾기 위해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다. 당장 리스 차량 판매 확대 등 궁여지책을 마련했지만 조지아에 전용 공장이 만들어지는 2025년까지는 실적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조와 관계도 변수다. 현대차·기아는 단체협약 내용 탓에 공장을 만들고 생산 차종을 결정할 때 노조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더 큰 관심사는 중국이다. 2016년 ‘사드 보복’ 이후 현지에서 차량 판매가 급감한 상황이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완성차·배터리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당국에 등록된 전기차는 1083만대로 집계됐다.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합한 수치다. 점유율 기준 중국 업체는 1위(BYD, 187만대), 3위(상하이자동차, 97만8000대), 5위(지리자동차, 64만6000대)를 휩쓸었다.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656만대로 전년보다 97.1% 증가했다. 반면 유럽은 11.2%, 북미는 49.8%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점유율 상위권 10위 업체 중 중국계 BYD와 지리차만 세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점유율도 이들 두 업체만 전년 대비 상승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등을 앞세워 글로벌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며 "미국 기업인 포드가 중국 CATL과 협력을 추진할 정도로 판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이미지. |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양질의 특허 기술 확보, 선진국과 합종연횡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2015년부터 6년간 한국의 전기차 특허 수는 304개이지만 중국은 3분의 1 수준인 108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특허로 나타나는 기술력이 당장 올해나 내년의 자동차 생산 수준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만들게 될 전기차의 독자 기술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며 "자체 기술력을 활용하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또 "한국과 중국의 전기차 기술은 서로 보완적이기보다는 경쟁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우리나라 전기차가 앞으로 기술력을 높이려면 중국기업보다는 (결이 다른) 일본이나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지만 첨단기술이 적용된 수익성 있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여전히 소수"라며 "이제부터는 기술을 가진 자가 이기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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