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에서 시세조종을 통해 수천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일당이 기소됐다. 이들은 앞서 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즈)와 디아크(현 휴림에이텍)의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회계사 출신 이준민과 그 동료들이다. 이번 혐의는 앞서 기소한 사건과 별도가 아니라 전부 연결된 ‘작전’이다. 에너지경제는 장외시장까지 이용한 ‘주가조작 일인자’의 수법을 자세하게 들여다보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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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가조작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준민 씨가 지난 6월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비상장주식의 시세를 조종해 7000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챙긴 기업사냥꾼 일당이 기소됐다. 해당 종목은 K-OTC 시장에서 대장주 자리까지 올랐지만 결국 거품이 모두 걷히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최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비상장주식 장외시장 K-OTC에서 사기적 부정거래(자본시장법 위반)를 한 혐의로 이준민 씨(52)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씨 일당은 이미 에디슨EV와 디아크 관련 주가조작으로 구속돼 관련 재판을 받는 중이다.
◇ 535원에서 12만9500원까지 242배 급등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4월부터 6월까지 두올물산(현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주식을 지인들에게 10주 이하씩 소규모로 무상 배포한 뒤 회사를 K-OTC에 등록한다. 이후 그해 9월 거래가 시작되자 거래 시간과 가격, 규모를 미리 정하는 통정매매로 주가를 급등시켰다.
검찰은 해당 거래로 두올물산의 주가가 535원에서 12만9500원까지 242배 급등했다고 발표했다. 실제 두올물산의 주가는 액면가 100원에 거래 첫날 107원의 종가를 기록했으며 이후 9월부터 거래가 시작되자 주식을 미리 주문을 내는 방식인 일명 ‘에어드랍’과 대규모 상한가 매수 주문으로 급등시킨 혐의를 받는다. 그 결과 535원이었던 A사 주가는 12만9500원으로 242배 급등했다.
535원은 두올물산이 처음 거래를 시작한 2021년 9월 13일의 가격이다. 두올물산은 이날 액면가 100원에 기준가격 107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날 시가와 저가, 고가는 모두 상한가인 535원이었지만 거래량은 총 42주에 불과했다.
이날부터 두올물산은 총 22일 연속 급등하기 시작한다. 이 중 19일이 상한가로 마감했다. 그 결과 10월 19일 두올물산의 주가는 검찰의 발표대로 12만9500원까지 오른다. 시가총액은 12조원을 넘었다. 현재 코스피와 비교하면 시총 26위 KT&G보다 높다.
특이한 점이라면 이 기간 일평균 거래량이 821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거래량이 1000주를 넘어간 날은 단 3거래일에 불과하다. 상한가를 기록했던 9월 29일에는 단 한주만 거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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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금융투자협회 |
이런 주가 흐름은 정상적으로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당시 두올물산이 매출은 그해 상반기 기준 매출은 105억원, 영업이익은 84억원에 불과하다. 총 자산규모도 130억원 수준에 그친다.
◇ 검찰, 통정매매 지적… 이준민 추가기소
결국 주가 급등은 검찰의 수사결과처럼 통정매매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비공식적으로 운영되던 두올물산 관련 오픈채팅방에서는 통정매매에 대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주가급등은 그치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두올물산의 고점은 지난 2022년 2월 16일 기록한 26만5000원이다. 상장 첫날과 비교하면 494배나 오른 것이다. 시가총액은 24조원을 넘었다. 코스피와 비교하면 시총 13위 KB금융지주보다 높은 수치다.
당시 두올물산의 주가 급등을 두고 ‘한국판 게임스탑’이라며 개인 주주들의 승리라는 해석도 나왔다. 두올물산의 모회사인 디아크를 공매도한 기관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으리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공매도 수량이 전체 주식수 대비 1%도 되지 못해 공매도 투자자의 매수 주문과 일반 투자자의 매도 주문이 만날 가능성이 극히 적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두올물산의 주가는 고점을 찍은 뒤 오를 때보다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두올물산의 주가는 900원에 불과하다.
만약 고점에 물린 투자자라면 손실률이 -99.3%다. 실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두올물산을 매수했던 일반 주주들이 떠안았다. 검찰은 이 씨 일당이 이 과정에서 돈을 잃기는커녕 714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밝혔다.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