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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손실' 홍콩 ELS, 금감원장 "은행 자기면피 부적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11.29 14:10

"소비자 피해 예방 운운, 자기면피 발언...언행 쉽게 할 수 없어"

이복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감원-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집중 판매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것과 관련해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에게 판매했다는 것만으로도 적합성 원칙이 지켜졌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70대 고령 투자자 등에게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적정했는지 의문이라는 취지다.

특히 일부 은행에서 ELS 관련 소비자 피해 조치를 했다고 발언하는 것은 "소비자 피해 예방보다는 자기 면피 조치를 했다는 식으로 들린다"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일부 은행에서 묻기도 전에 무지성으로 소비자 피해 예방 조치 등을 운운하는 건 저희 입장에서 소비자 피해 예방보다 자기 면피조치를 했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아마 녹취 확보 등 불완전 판매 요소가 없으니 소비자 피해를 예방했다는 입장 같은데, 상품 판매 절차나 규제 관련 본질적인 취지를 생각하면 그런 말을 쉽게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취지는 금융사가 소비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목적에 맞는,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한다는 거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내용을 이해하도록, 방법에 맞게 설명하는 것이 본질적 내용"이라며 "고위험, 고난이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니고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에게, 특정 시기에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적합성 원칙이 지켜졌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원장은 "H지수는 2016년에도 단기간에 40% 폭락한 전례가 있는 기초지수이고, 부동산 상황이나 사이클에 따라 등락이 심했던 기초상품"이라며 "이미 ELS 원금 손실 기준이 발생한 전례가 있는 점을 비춰보면, 은행 창구에 노후 자금을 맡기려고 찾아온 고령자에게 투자 권유한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H지수 연계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에 대해서는 "총 19조원 가운데 8조원을 한 개 은행, KB국민은행에서 판매했는데, 한도 그런 문제가 아니다"며 "신뢰와 권위의 상징인 은행 창구로 찾아온 소비자에게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는지 은행 측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100% 소비자 피해 조치를 완료했다는 등의 언행을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은행에서 판매했다고 해도 경우의 수에 따라 (불완전판매 여부가) 다 다를 것"이라며 "원금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크게 수익을 보고 싶다고 방문한 고객인지, 아니면 정기예금에 가입하겠다고 찾아온 고객에 원금손실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ELS를 권유했는지는 다른 사례로, 경우의 수를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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