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개시를 설득하기 위한 태영건설의 채권단 대상 설명회 자구안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자 채권단이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태영그룹이 발표한 태영그룹과 태영건설의 자구노력 발표현황 일부.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김다니엘 기자]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 개시를 설득하기 위한 태영건설의 채권단 대상 설명회 자구안에 진정성이 결여되자 채권단이 추가 자구 노력을 요청했다. 오너 일가의 대규모 사재출연, 핵심 계열사 SBS 지분 매각 여부,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부채에 대한 확약 등에 대한 구체적인 확답이 나오지 않아서다.
특히 주채권단인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백브리핑을 통해 "채권단 설득을 위해 실질적 자구 노력을 추가해 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오너 일가의 자구계획’,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 사재출연 결정해야 워크아웃 절차 밟아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설명회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직접채권단 400여 곳 관계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호소문을 낭독했다. 또한 전날 태영건설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1549억원), 에코비트 매각추진 및 매각 대금,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의 워크아웃 신청 자구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4가지 자구안 중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1549억원 안에 오너 일가 자금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채권단에서는 연대보증 규모가 3조7000억원에 달하기에 최소 3000억원 이상의 사재출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티와이홀딩스 몫인 1133억원을 제하면 제시된 오너의 사재출연 규모는 416억원에 그친다. 채권단의 분위기가 냉랭한 만큼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워크아웃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다수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태영의 조건은 ‘대마불사’를 믿고 마치 당국을 압박하는 것과 같다"면서 "이 카드를 받을려면 받고 말라면 말라는 식으로 총선을 앞두고 채권단과 금융당국을 능멸하는 것과 같다. 태영이 쓰러지면 건설업계도 쓰러지고 경제도 타격이 입으니 정치권에도 부담이 크지 않겠냐는 윤 회장 고도의 노림수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과거 기타 건설기업들의 워크아웃 사례와도 비교된다. 이전 기업도 사재출연 결정 뒤에야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지난 2000년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의 사재출연 규모는 3700억원대였다.
지난 2008년부터 2009년 건설업 구조조정 당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동문건설은 고 경재용 회장이 골프장 지분 등으로 870억원을 내놓기도 했다. 동문건설은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 2011년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2019년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지난 2012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은 워크아웃 때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팔아 마련한 2200억원의 사재를 투입해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경영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제출한 끝에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 워크아웃 위해 적극 자구안 내놔야
매각 의지도 더 요구되고 있다. 윤 회장은 4가지 매각 조건을 확약한다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협의를 이어갈 수 있다며 SBS 매각에는 선을 그었지만 워크아웃 절차를 밟기 위해선 채권단에서는 더 적극적인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두산중공업 워크아웃 당시 두산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매각하면서 2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경감했다"며 "알짜 계열사를 모두 팔아서 위기를 벗어난 두산그룹과 태영건설을 비교했을 때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400억원만이 태영건설로 지원됐다는 것은 잘못된 말"이라며 "계약 자체를 캐피탈 콜처럼 한도 내에서 수시로 대여할 수 있게 했기에, 향후 태영건설 자금 상황에 따라서 대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BS 매각 관련해서는 방송법상 제한이 많다. 방송사업자주주가 되려는 자에 대한 제재가 많고 매각을 진행하려면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받아야한다. 이처럼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시간 및 제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태영건설 채권단 요청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렵다"며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지 SBS는 절대 팔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주주로서 오너일가의 적극적인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는 자구안이었다"며 "어제까지의 자구안으로는 채권단에서 쉽게 워크아웃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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