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가 역대 최대 규모인 76조원을 돌파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따따블(주가가 공모가의 4배 상승)' 종목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투자자들이 청약증거금에 필요한 자금 마련에 나선 영향이다.
◇1년 새 17조원 급증…계좌 수도 240만개↑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증권사 CMA 잔고 총액은 76조1139억원이다. 지난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2월 59조5702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7조원(27.8%)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CMA 계좌 수도 3607만개에서 240만개(6.7%)가 늘어난 3607만개로 집계됐다.
CMA는 증권사가 투자자예탁금을 활용해 수익률을 내는 단기 투자용 계좌다. 유형별로는 환매조건부채권(RP)·머니마켓펀드(MMF)·머니마켓랩(MMW)·발행어음형 등이 있고 증권사와 투자유형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다. 투자자는 CMA 내 자금을 수시입출금할 수 있어 언제든 각종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상 CMA 잔고는 통상 증시대기자금으로 여겨진다.
◇IPO 수요 증가에 비례…청약증거금으로 활용
CMA로 자금이 몰린 데는 올해 IPO에 대한 기대감에 청약 투자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케이엔에스, LS머트리얼즈, DS단석, 우진엔텍, 현대힘스 등 공모 기업들이 상장 첫날에 잇달아 따따블을 달성했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급등하는 등 IPO 훈풍이 불자 공모주 투자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에 비례해 CMA 수요도 늘어났다. 청약증거금으로 활용할 자금을 우선 CMA 계좌에 넣어두면 청약 전까지 단기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일반청약을 진행한 공모주는 대부분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을 훌쩍 뛰어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우진엔텍은 지난달 진행된 일반청약에서 2707.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은 3조6946억원이 몰렸다. 현대힘스도 일반청약에서 경쟁률 1231대 1을 기록했고 약 9조7800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올 상반기 대어급 IPO가 줄줄이 대기 중인 만큼 CMA 잔고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IPO 시장 내 첫 조(兆)단위 대어인 에이피알이 오는 8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 중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도 상반기 중 상장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며 종합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주관사 선정을 마친 상태다.
이외에도 주사전자현미경(SEM) 전문기업인 코셈과 날씨빅데이터플랫폼인 케이웨더 등이 오는 13~14일 일반청약을 앞두고 있다.
◇예금 금리 하락에…“은행에서 증시로"
최근 은행 예금금리가 3%대로 하락한 점도 CMA로 뭉칫돈이 몰린 이유 중 하나다. 최근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3.50~3.55% 수준이다. 4%대를 유지했던 고금리 예금이 사라지면서 국내 증시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나타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 중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투자 심리가 회복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증시 투자 수요가 늘어나면서 CMA로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