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주요 정당의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대진표가 만들어졌다. 그 중 대표 격전지들도 속속 드러났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총선 격전지, 이곳' 코너를 마련, 시리즈로 주요 격전지별 대결구도, 후보별 주요 공약, 선거 판세, 역대 투표 성향 등을 소개 한다. [편집자 주]
4.10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 전국 254개 선거구 중 가장 주목받는 지역구는 인천 계양을이다. 차기 대선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맞붙은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재명 대표가 현역으로 있는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의 승부에 큰 변수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계양을은 오랫동안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이 지역에서만 국회의원 5선을 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에 패배한 뒤 송영길 전 대표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아 처음 금배지를 달고 곧바로 당을 이끌 수 있게 한 곳도 계양을이다.
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계양을 총선 판세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이재명 저격수', '대장동 일타강사'를 자처해온 원희룡 전 장관이 출마 선언, 이른바 '명룡대전'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또 원 전 장관이 이 지역에서 축구를 시작한 이천수 선수를 후원회장으로 영입, 함께 지역 곳곳을 누비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 대표 자리에서 당을 이끌고 전국 선거를 지휘하느라 발이 묶여 지역구 선거운동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재명 대표의 취약점을 공격적으로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장동 사건' 관련 의혹으로 이재명 대표와 갈라서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도 자유통일당 후보로 이곳에 출마했다. 결국 원 전 장관이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이재명 대표를 사실상 협공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사건'을 고리로 공동전선을 형성,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 전 장관과 유 전 본부장의 공세에 맞서야 하는 형편이다.
□ 인천 계양을 지역구 주요 총선 출마자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베이스로 깔고 계양을 일자리를 늘리고, 교통망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약속했다. 우선 계양테크노밸리를 첨단산업으로 지정하고 계양구 일대에 철도망을 구축해 첨단 대기업들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윤 정권 심판론'을 띄우며 평일 저녁과 주말에 계양을을 방문하며 선거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10일 계양구 지역위원회 행사에 참석해 “집권 여당의 행패를 반드시 심판하고 희망으로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은 국토부 장관 출신임을 강조하며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을 통한 노후 주택 개발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이 멈추는 역을 추가 건설하고, 홍대에서 부천 대장으로 가는 지하철 노선을 작전역과 계양테크노밸리까지 연장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계양경기장 부지를 서울 올림픽공원처럼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전 장관은 후원회장 전 국가 대표 축구 선수 이천수 씨와 매일 주민들을 만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겨냥하며 “이번 총선은 범죄자를 위해 사실상의 1인 정당으로 타락한 민주당을 심판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두 후보와 함께 계양을 선거구에 뛰어든 유동규 후보도 부천 대장동을 계양테크노밸리와 박촌역까지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해당 지역구는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하게 드러난다. 지난 2000년 16대부터 21대까지 8번의 선거 중 보궐 선거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국민의힘이 승리한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계양을 지역구의 모든 동에서 민주당이 최대 9%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이번에는 선거구 조정이 변수로 떠올랐지만 여권 지지세가 강한 계산1동·계산3동이 계양갑으로, 야권 강세인 작전서운동이 계양을로 편입되면서 오히려 이재명 대표에게 더욱 유리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거물급 정치인들이 맞붙은 만큼 계양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으로 각각 최근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이 오차범위(이하 조사 모두 ±4.4%포인트) 안팎의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YTN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 의뢰, 지난 9~10일 이틀간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를 뽑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2%, 원 전 장관을 선택한 응답자는 39%로 집계됐다.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의 지지율 격차는 3%포인트로 오차범위 내다.
조선일보·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 같은 기간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대표는 43%, 원 전 장관 35%를 얻었다. 두 사람간 지지율 차이는 8%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다만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 지난 8~10일 이틀간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해 지난 1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와 원 전 장관의 지지율 차이는 12%포인트로 밖이었다. 이 조사에서 이 대표의 지지도는 48%, 원 전 장관은 36%였다.
위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