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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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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X액트][르포] “왜 주주를 적으로 돌리냐” 이화그룹 주총장에 울려 퍼진 김현 대표의 일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01 10:42

-주주연대, 1258만 주 추가 확보했으나 김현 대표 이화전기 이사진 끝내 진입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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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이화그룹 주주연대 대표가 단상에 나와 이화그룹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기범 기자


“왜 지난 10개월 동안 고통받는 사람(이화그룹 주주)들이 계속해서 늘어가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제가 얼마 전에 주주 분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아시는 주주님이 저를 보더니 동생 분이 자살했다고 그랬습니다. 이화 3사에 4억원을 투자하고, 거래정지 된 뒤 자살했습니다. 다른 분은 이혼을 했습니다. 가정이 파탄 났습니다."


“김영준이 주식 어떻게 한 주도 없이 이화그룹을 지배했는지는 여러분들과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순환출자를 이용해 16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돈을 배임·횡령했고, 우리 선량한 직원들은 노동과 그에 대한 대가를 마땅히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 자기 가족과 가신들을 뱃속으로 집어넣었습니다."


“기업과 주주가 고통받는 것도 모자라 어느 순간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는 당연한 이 사회의 상식도 잊은 채 회사의 주인이 비도덕적인 범죄자 그리고 그 범죄자를 지지하는 가신들에 의해서 지배당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는 게 이게 마땅합니까?"


“의장님 하나만 여쭤봅시다. 주주연대가 지난 10개월 동안 한국거래소에서 무릎 꿇고 소리 지를 때 이화그룹은 뭐 했습니까? 10개월 동안 뭐 했습니까? 달라진 게 뭐냐고요."


“제가 분노하는 건 이거예요. 여러분들을 지키고 있는 건 이화그룹의 가신이 아니에요. 이화그룹을 지키고 있는 건 우리 연대란 말입니다. 무릎 꿇고 빌었어요. 비 오는 날 수십 명 수백 명이 무릎을 꿇고 이화그룹 상장폐지를 막았습니다. (회사는) 그 때 뭐 했습니까? 그런데 왜 (회사는) 주주를 당신들의 적으로 돌리냔 말입니다."




주주총회 이후 김현 이화그룹 주주연대 및 주주연대 범연합 대표가 단상에 나와 한 말이다.


지난달 29일 이화전기는 경기 광주시 광주하남상공회의소에서 제59기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를 개최했다. 당초 오전 9시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위임장 집계 및 적법한 위임 여부 검토 과정으로 지체돼 2시간 뒤인 11시 5분에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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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화전기 대표가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박기범 기자


주주총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준엽 이화전기 대표의 개회 선포와 함께 진행됐다. 부의 안건을 상정하기 전 상근 감사의 감사 의견과 영업 및 내부회계관리 보고가 진행됐다.


이어 부의 안건 표결이 진행됐다. 대부분은 위임 방식으로 사전에 투표를 진행했고, 2~3명만 현장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를 마친 후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의 건 결과가 차례로 발표됐다. 사측이 부의한 위종묵 코아시아 경영고문은 원안대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재무제표 역시 마찬가지로 통과됐다.


그리고 이날 주총의 하이라이트인 사외이사 선임 결과 발표가 진행됐다. 이화전기 주총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김현 주주연대 대표가 이사진으로 합류되는지 여부였다. 그는 38만 이화그룹 주주연대 대표로서 △개선기간 부여를 위한 다수의 거래소 집회 △개인투자자 최초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 △이화전지 1대 주주 등극을 위한 의결권 확보 활동 등 유의미한 이화그룹 주주연대 활동을 이끌었다.


이번 이화전기 사외이사는 과반수 이상의 찬성 주식을 확보한다고 선출되는 것이 아니다. 이화전기의 이사 정원은 정관에 따라 최대 4명이다 보니 사외이사는 최대 2명이 선출된다. 사외이사 후보 중 문규현 경기대학교 경영학 교수의 1위가 유력한 상황이기에 김 대표는 코스닥인력뱅크에서 추천한 도정철 이촌회계법인 회계사와 사외이사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해야만 했다.


주주총회 전 도 회계사의 우세가 예상됐다. 지난 15일 의결권 대리행사 관련 공시 기준 최대주주인 이트론과 계열사 케이아이티는 5525만 8439주(25.24%)를 보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주연대는 4485만 9366주(20.49%)를 보유, 주총 전까지 주주연대는 적어도 1040만 주의 찬성 주식을 얻야야만 했다.


주주연대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기간 중 1040만 주를 웃도는 1258만 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하지만 사측 역시 KDM메가홀딩스를 통한 186만 주 등 총 398만 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최종적으로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결과는 끝내 바뀌지 않았다. 도 회계사는 5923만 찬성주식수를 획득, 5644만 주를 얻은 김 대표보다 280만 주가량 더 많은 찬성표를 받았다. 이어 이사 및 감사의 보수한도가 승인됐고, 주총 의장은 주총을 폐회했다. 주총이 끝나자마자 김현 대표는 의장에게 발언권을 얻어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는 앞서 말한 내용을 토로했고, 그의 말이 끝나자 주주연대는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한편 이화전기는 이달 30일 감사 선임에 관한 임시주총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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