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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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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35년] 인구절벽, 국가 경제·안보 ‘재앙’…밑 빠진 물 붓기식 현금 지원 ‘한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4 06:00
카네이션 전달하는 어린이들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어버이날 기념행사에서 어린이집 원아들이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저출산 흐름의 지속과 고령화의 진전으로 인구구조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생산연령인구 감소, 축소사회 도래, 초고령사회 진입 등 3대 위험요인에 직면했다. 인구 감소는 국가 경제와 안보의 '재앙'으로 지목됐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로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는 일·가정 양립 지원을, 사회적으로는 출산·양육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등 통합적인 문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0명 미만…380조 원 쏟아부어도 제자리걸음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0명 미만인 유일한 국가다. 2023년에는 0.72명으로 추락한데 이어 급기야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이 0.6명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립하고, 인구 감소 대책을 위해 380조 원의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 셈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우리나라는 인구 구조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생산연령인구 감소, 축소사회 도래, 초고령화사회 진입 3대 위험요인에 직면한 것이다.




김성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노동 공급이 감소해 가장 먼저 국내총생산(GDP)가 감소한다"며 “노동 인력 줄어들면 기술이 빨리 발전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2024년 인구보고서' 따르면 축소사회가 도래했을 시 초등학교 입학 나이인 7세 아동수는 2023년 약 43만 명에서 10년 후엔 2033년 약 22만 명으로 반토막 나고, 병역자원은 2023년 약 26만 명에서 2038년 약 19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로 인해 인구증가 시대에 설계된 교육·병역 제도의 정합성도 급격히 저하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용석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현재 4년제 대학이 190개 정도 되는데, 학령 인구가 감소해 현재 대학이 지금과 같은 입학 자원을 그대로 유지하고 출생아 수가 그대로 2039년까지 간다고 가정했을 때 190개 중 39개만 살아남는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2027년에는 생산연령인구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50년 가구원 수별 비중은 1인 가구가 34.5%, 2인 가구가 28.8%로 증가세나 3인 가구(19.2%)와 4인 가구 이상(17.6%)은 압도적 열세가 예측됐는데, 1인 가구의 60%가 60세 이상일 것으로 진단됐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25년 뒤 세 식구면 대가족이 된다. 대부분의 가구는 1인 가구 아니면 2인 가구로 구성이 될 것"이라며 “전체 1인 가구의 60%가 60세 이상이고, 80세 이상도 25%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년 가까이 유명무실한 저고위…현금 지원책으로도 인구 문제 해결 어려워"

현재 중앙정부와 지자체별 출산지원금을 급여하고, 양육에도 부분적인 지원이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배우자의 육아 휴직 기간을 늘리고 휴직급여를 최대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해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만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있는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있는데 관료 조직만 비대해지고, 새롭게 신설되는 저출산대응기획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1차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인 주형환 부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저고위는 2005년 만들어져 20년 가까이 유명무실했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특성상 제대로 된 정책을 집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저고위는 자문기구, 예산권도 없고 여러 가지 한계들이 있는데 최근 조직을 다시 늘렸다"며 “우리나라는 부처 칸막이 심한데, 그런 상태에서 위원회 조직이 인구와 관련된 정책을 총괄해서 주도해 나갈 수 있을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기업 분야에서 살펴보면 부영그룹은 출산장려금으로 직원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는 '부영모델'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금 지원책으로 줄어드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 교수는 “정부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되다 보니까 현금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효과를 내기 쉽지 않고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을 해야 하는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인구 감소 문제, 전문가들 한 목소리 “종합적인 정책 재검토 필요해"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노동 인구 감소는 결국 저출산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만큼 주거·일자리·교육·산업 등 모든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 교수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국가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어떠한 정책도 획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데 다 실패했다"며 “저출산·고령화를 전제로경제, 사회, 교육 등에 있어서 법과 제도, 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종합적인 미래 전략을 세우고 지원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의 지원으로는 부족하다"며 “인구가 감소한다는 전제로 교육, 지원, 주택 정책 모든 것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출산에서 육아, 교육, 생애 후반기에 부양 부담 등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을 부담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가족과 아동에 대해서 얘기할 때 우리 사회는 은근한 냉소와 눈총이 있다"면서 “우리는 제3세계의 아이들을 후원하는 분들을 냉소하거나 부정적은 시선으로 보지 않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내가 비혼이고 출산하지 않았더라도 결혼하고 출산한 사람들을 응원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정책은 지금보다 더 다면적으로 복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인생 후반기의 삶을 지원하고,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장치가 있어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어 국민들이 인생을 조금 더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생각해 장기적인 삶의 계획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돌봄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기업의 변화가 많이 필요하다"며 “출산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경력 단절이 되지 않게끔 하는 제도적인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기업들은 다 가능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못한 거의 90%의 기업이다"라며 “그걸 해결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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