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한 태양광·풍력 발전단지(사진=AP/연합)
세계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탄소중립)를 달성하기 위해 4경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추가로 요구될 것으로 분석됐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름버그NEF(BNEF)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신에너지전망'(NEO)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가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34조달러(약 4경6325조원)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더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이 지금부터 2050년까지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경로를 두 개의 시나리오로 구분했다.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신규 정책이 없고 가격 경쟁력과 경제성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적 전환 시나리오'(ETS)에 따르면 2050년까지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대비 27% 가량 감축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전 세계가 ETS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뒀고 이 과정에서 약 181조달러(약 24경6612조원)가 투자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시나리오에선 태양광, 풍력 등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2030년, 2050년까지 각각 2배, 4배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 결과 2030년에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50%를 넘어 주요 발전원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또 글로벌 석탄수요는 장기적 하향 추세를 보이고 석유 수요는 2028~29년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천연가스의 경우 2030년대 중반부터 오름세를 보여 2050년엔 수요가 현재 대비 9%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2100년까지 지구촌 기온이 2.6도 상승해 국제사회가 약속한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을 실패하게 된다.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의 표면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를 기준으로 2도 미만으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5도 아래로 제한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넷제로 시나리오'(NZS)가 있다.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둔 NZS가 현실화되면 지구촌 기온이 1.75도 올라 당사국들이 상승폭을 2도 밑으로 유지하는 약속을 지키게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파격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우선 2035년까지 발전부문에서 탄소배출이 93% 감축돼야 하고 2050년까지 석유, 석탄, 천연가스 소비량이 각각 75%, 66%, 50% 감소돼야 한다.
또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2030년까지 현대 대비 3배인 11테라와트까지 급증해야 하고 이 시점에서 2040년까진 두 배 확장돼야 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와 함께 2034년부터 세계에서 새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가 전기자동차여야 하고 2046년엔 전기차만 도로 위에 달려야 한다. 내연기관차가 판매되는 기간이 10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경제성 등 이유로 도입이 저조했던 탄소포집저장(CCS)과 수소의 대폭 확대도 요구사항으로 지목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CCS를 통해 포집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2030년까지 매년 39억톤에 달해야 하고 그린수소의 경우 2050년까지 3억9000만톤 생산돼야 한다.
보고서는 이어 NZS를 따르기 위해선 글로벌 투자 규모가 ETS 수준대비 19% 더 높아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는 창문이 빠른 속도로 닫히고 있지만 지금부터 결정적인 조치가 취해진다면 궤도에 오를 시간은 아직 있다"며 “실패될 경우 1.75도란 목표도 달성할 수 없게 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BNEF에 따르면 지난해 저탄소 에너지전환을 위한 글로벌 투자가 1조770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7% 급증한 수준이지만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투자의 속도가 가속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유럽과 미국에선 기후정책이 정치적 도화선으로 떠오른 데다 재생에너지 개발자들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투자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