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6월 26일(수)
에너지경제 포토

양성모

paperkiller@ekn.kr

양성모기자 기사모음




[수출 지형이 바뀐다]“中떠나 美로” 수출타깃 변경한 국내 기업들 주가도 훨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5.27 11:13

1분기 대미 수출액 310억불로 중국 넘어

자동차·식음료업종 등 주가 큰 폭 상승세

대미 흑자규모 확대 ‘득’ 아닌 ‘독’ 될수도

대미무역

국내 수출 효자 산업이 기존 자동차와 IT를 넘어 한류열풍에 힘입어 뷰티와 먹거리 등으로 확대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한국의 대미국 수출액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이익개선 및 주가 상승도 기대되고 있다.


1분기 대미국 수출 대중국 수출 추월

2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발간한 '2023년 한미 무역 및 주요 품목 수출 동향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과 미국의 상품무역액은 1869억달러를 기록했다. 무역액은 2022년 1098억달러로 1000억달러를 돌파한 뒤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특히 대미 무역수지는 445억달러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대중 무역적자(180억달러)를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은 지난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대중국 수출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공개한 '대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와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대미 수출액은 310억달러로 같은 기간 309억달러를 기록한 대중 수출액을 지난 2003년 이후 21년만에 넘었다.


남석모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대미 수출호조는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인플레이션 방지법(IRA)과 같은 산업정책에 따른 투자확대에 우리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라면서 “전기차를 중심으로 소비재 수출비중이 높은 수준을 지속한 가운데 신성장·친환경 관련 중간재 수출이 늘어나면서 대미 수출과 미국의 소비·투자 등 내수 간 연계성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IT·자동차·화장품 그리고 라면까지… 대미수출 호조 톡톡

우리나라 대미 수출 효자품목으로는 자동차와 IT부품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화장품과 라면과 같은 생필품 수출도 함께 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연초 이후 4월까지 북미지역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1%가 늘어난 반면, 유럽연합(EU)과 아시아, 중동 등에서는 모두 하락했다. 사실상 북미 수출 증가분이 하락분을 상쇄한 것이다. 이에 힘입어 유가증권시장에서 운수장비업종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17.09%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인 0.66%를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대미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연초 이후 3월까지 대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3% 늘어난 21억달러에 달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52주 신고가를 연이어 경신하는 등 강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라면을 앞세운 K푸드와 K뷰티 역시도 대미수출에 있어 증가세를 나타내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4분기까지 우리나라 K푸드의 대미 수출 금액은 4억7900만달러로 중국(4억4000만달러)를 넘어섰다. 4월까지 라면 수출은 6400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83%나 늘었다. 이에 음식료 업종은 연초 이후 12.15%가 뛰었다.


K뷰티도 중국을 대신해 미국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3억7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8.7%가 늘어난 반면, 중국 수출액은 6억1200달러로 4.6%가 감소했다.


대미수출에 의존하다간 “낭패볼라" 주의

남석모 한국은행 과장은 “앞으로도 대미 수출은 당분간 견조한 미국 내 소비 여건과 우리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총수출 및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대미 제조업 해외직접투자(FDI) 확대는 선진국들과의 기술교류를 촉진할 것"이라며 “그 동안의 중국 중심 수출구조를 다변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미 수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오히려 미국의 무역제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남 과장은 “과거에도 미국은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지거나 자국산업 보호에 대한 여론이 고조될 때 FTA 재협상 및 세이프가드 등 각종 무역제재를 강화한 사례가 있다"며 “정부와 기업은 통상정책적·산업구조적 리스크에 주목하면서 이에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내 정치 기조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도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이는 무역적자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압력을 시사해온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무역수지 결정에 많은 변수가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현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므로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전략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