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사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적극적인 보험 개혁을 주문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부동산 PF의 연착륙 등 보험업계가 힘을 모아줄 것과 지속가능성장을 통해 보험산업이 재도약해야 함도 함께 강조했다.
이 원장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보험회사 CEO 간담회를 열어 이같은 사항을 당부했다. 간담회에는 이복현 금감원장을 비롯해 총 12개 생명·손해보험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미래에셋생명·신한라이프·동양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흥국화재) CEO, 생·손보협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원장은 가장 먼저 보험업권의 낮은 소비자 신뢰도를 꼬집으며 업계가 보험개혁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시장성숙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포화시장 속 출혈 경쟁으로 보험산업은 민원왕이라는 불명예를 지고 있는 등 소비자 신뢰도는 타업권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최근 실시한 종신보험 미스터리쇼핑 결과 판매관행은 전년 대비 개선되었으나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설명하거나 고객에게 불리한 사항을 부실 안내하는 등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영업관행, 상품구조, 건전성 규제 등 업계 전반에 대한 복합적인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있는 보험개혁회의에 업권이 적극 참여해 주기를 독려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일 신뢰회복과 혁신을 위한 '보험개혁회의'를 발족했다.
부동산 PF의 연착륙 등 금융시장 안정에 있어 보험업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고물가와 고금리가 연초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우리 금융의 가장 큰 불안요인인 PF리스크의 현실화에 대한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 금융당국은 엄정한 옥석가리기를 통해 PF사업장 정리 및 재구조화의 속도를 높이면서도 정상 PF 사업장에 대한 자금 공급을 강화하는 등 PF 시장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보험업계가 장기자금을 적시에 공급하는 등 자본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해왔던 것과 같이 이번 부동산 PF 대책에 있어서도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신성장동력 발굴 등 지속가능성장에도 관심을 키워줄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국내 보험산업은 이미 시장 과포화 상태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구감소, 기후위기, 디지털화 등의 구조적인 환경 변화에도 크게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보험회사들이 혁신성장보다는 출혈경쟁에 몰두하는 등 미래 대비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소비자 후생을 제고할 수 있는 '질적혁신', 신사업 발굴과 해외진출 확대와 같은 '시장개척'을 통해 보험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험사 CEO들은 소비자 신뢰 회복과 지속가능성장을 위해 근본적인 개혁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 보험업권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도출되는 개선방안 마련에 적극 협조할 것임을 밝히는 한편 IFRS17 안정화와 펫보험 시장 활성화 등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업계와의 양방향 소통을 통해 현장의 소리를 감독업무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보험업권이 소비자 신뢰를 얻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하고 미래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며 “올해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으로 성숙해지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보험산업이 국민들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꾸준히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