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로고(사진=AFP/연합)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붐을 주도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등극했다. 첫 상장 당시 이름조차 생소했던 엔비디아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거론되는 회사였다. 그러나 AI 붐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상장 이후 3400배 가까이 폭등하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51% 오른 135.5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시가총액이 3조3350억달러에 달해 마이크로소프트(3조3173억달러)와 애플(3조2859억달러)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엔비디아 시총은 올 한해에만 2조달러 넘게 불어났다.
이로써 엔비디아 주가는 1999년 미국 나스닥 첫 상장 이후 이날까지 33만8850% 폭등했다. 여기에 재투자된 배당금까지 반영될 경우 총 수익률은 59만1078%에 달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는 상장할 때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99년 당시엔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했고 반도체 시장은 인텔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는 2001년 11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편입됐다. 이 기간 엔비디아 주가는 1600% 넘게 올랐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지포스 256'를 내놓고 후속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자 게임 업계에서 주목을 받은 영향이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 기술력은 MS의 엑스박스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 비디오 게임 콘솔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기업공개(IPO) 당시 투자에 나섰던 웨이브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라이스 윌리엄스 최고 전략가는 “GPU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차세대 하드웨어는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해 컴퓨터 게이밍이 대중화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 결과 엔비디아 주가는 첫 상장 이후 2007년말까지 2100% 가량 폭등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다음해인 2008년부터 힘든 시기를 겪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데다 경쟁사인 AMD의 라데온 GPU 시리즈가 두각을 드러내면서다.
여기에 엔비디아와 인텔의 특허분쟁이 발생해 2009년에 두 회사가 서로 맞고소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약 2년 뒤인 2011년 인텔이 엔비디아에 15억 달러를 지급하는 데 합의하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됐다.
2012년엔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내부 서버용 그래픽칩을 출시하면서 데이터센터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이 칩은 석유 및 가스탐사, 기상 예측과 같은 정교한 작업을 지원했지만 즉각적인 인기를 끌지 못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사진=AP/연합)
이로 인해 엔비디아 주가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횡보세를 이어왔지만 2015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칩이 첨단 그래픽 인터페이스, 자율주행차, AI 제품 등 새로운 기술의 기반으로 주목받으면서다.
비트코인 열풍으로 엔비디아 GPU에 대한 채굴 업체들의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원격 근무가 확산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이 급성장했다.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수익은 회계연도 2017년부터 회계연도 2021년까지 8배 증가했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끌어올리자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술주가 큰 타격을 입었다. 엔비디아 주가는 2021년 11월 고점에서 2022년 10월까지 반토막 넘게났다.
다만 같은해 연말께 오픈AI의 챗GPT가 등장한 이후 엔비디아 칩에 대한 주문이 폭증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언어 모델을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GPU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데이터센터 사업도 호황기를 맞고 있다. 회계연도 2023년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매출이 처음으로 게임 사업을 웃돌았는데 전문가들은 회계연도 2024년엔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칩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엔비디아가 최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래픽 칩에 대한 회사의 큰 베팅에 더해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의 확고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젠슨 황 CEO는 IT 산업이 “가속 컴퓨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견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전 세계적인 AI 붐이 계속 가열되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따라잡을 만한 회사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엔비디아 주가가 한동안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월가 로젠블라트 증권의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이날 종가보다 47% 높은 200달러로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