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재무부 건물(사진=AP/연합)
미국 채권 시장에서는 미국 금리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 인해 최근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미국 채권 가격의 추가 상승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모두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자 트레이더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오는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비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하락세를 보여왔던 미 국채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란 낙관론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중립금리가 정책 입안자들이 현재 예상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다는 의견이 확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연준의 금리인하 횟수가 제한돼 채권시장에 새로운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없이 물가가 안정된 상태에서 자금의 공급과 수요를 맞춰 경제를 제약하거나 자극하지 않는 이론적 금리를 일컫는다.
SMBC 닛코 증권 아메리카의 트로이 루드카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트스는 “중요한 점은 경제가 예상대로 둔화할 때 금리 인하 횟수가 줄고, 향후 10년가량의 금리가 지난 10년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5년 동안 미국 금리가 어디로 향할지 시장의 전망을 보여주는 선도 계약(forward contracts)은 3.6%에서 멈춰있다. 선도 계약은 미래 일정 시점에 일정량의 특정 상품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하기로 맺은 계약을 의미한다.
선도 계약은 작년 최고치인 4.5%보다는 낮아졌지만 지난 10년 평균보다 여전히 1% 이상 상회하고, 연준의 자체 추정치 2.75%보다도 높다.
이는 미 국채수익률이 하락하더라도 바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어 결국 채권 가격 상승세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함축한다.
언리미티드 펀드의 밥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성장이 상당히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는 중립금리가 의미 있게 더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중립금리가 수십 년간의 하향 움직임에서 상향으로 반전한 데는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와 함께 기후변화에 맞선 투자 증가 전망도 한몫했다.
채권 랠리에는 인플레이션과 성장이 더 현저하게 둔화해 연준의 현 예상보다 더 빠르고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중립금리가 높을수록 이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작다.
실제 이코노미스트들은 오는 28일 발표 예정인 5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연율 2.6% 올라, 전월의 2.8%에서 둔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CE 지수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로, 예상되는 5월 수치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지만 연준의 2% 인플레이션 목표보다 여전히 높다.
미국 실업률 또한 2년 넘게 4% 이하를 유지해왔는데 이는 1960년대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이다.
시장 관측대로 중립금리가 과거에 비해 높은 수준에 있다는 점이 맞을 경우 현재 미국 기준금리인 5.25~5.5%가 인식되는 것만큼 제약적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핌코의 제롬 슈나이더 단기 포트폴리오 관리 총괄은 “고금리에도 시장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탄력성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전략가인 벤 람은 최근 두 개의 점도표 상에서 연준이 명목 중립금리 추정치를 2.50%에서 2.80%로 올렸다며, 시장이 연준의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이 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중립금리가 상향됐는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