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일본 한 트레이딩 업체의 전광판에 엔/달러 환율과 닛케이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달러당 160엔선을 다시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엔화 가치가 현 시점에서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25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1시 20분 기준,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9.45엔을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60엔선을 돌파한 지난 4월 29일 이후 약 두 달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외환 시장에서 장 중 한때 159.9엔까지 오르기도 했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엔화 환율이 달러당 최대 170엔까지 급등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미토모 미쓰이 DS 자산관리와 미즈호은행 등은 이같이 전망했다. 엔/달러 환율이 170엔대를 보였던 적은 1986년이 마지막이다.
엔/달러 환율이 올들어 12% 가량 오른 상황 속에서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본 정부의 엔화 매입을 포함해 엔저 흐름을 반전시킬 만한 촉매재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스미토모 미쓰이 DS 자산관리의 쿠니베 신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당국이 개입할 경우 엔화 가치가 150엔 넘어서 강세를 보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170엔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즈호 은행의 비슈누 바라단 경제 및 전략 총괄은 엔/달러 환율이 170엔대로 급등할 가능성을 두고 “바람직하지 않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약 25년간 엔화 트레이딩을 해왔던 ATFX 글로벌 마켓의 닉 트위데일은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에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70엔까지 오를 잠재력이 있다"며 “정부의 단기적 시장 개입은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당국은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한 달 동안 엔화 매수에 9조8000억엔 가량을 지출했지만 엔저 흐름이 반전되지 않았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전날 필요시 24시간 언제든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영향력은 거의 없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RBC의 알빈 탠 아시아 외환 전략 총괄은 당국의 마지막 시장개입 이후에도 엔/달러 환율의 상승 압박을 감안했을 때 시장은 이제 개입에 덜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기관 투자자들도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란 방향에 베팅을 늘리고 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이 지난 18일까지 한 주 동안 엔화 순매도를 늘려 이들의 약세 포지션 규모가 2006년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불어났다. 헤지펀드들의 엔화 약세 베팅 또한 기록적인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키무라 타로 선임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미일) 금리차가 우호적인 환경으로 변해 엔화 가치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약세보다는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관측은 연말까지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를 두 차례 단행할 것을 전제로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