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가 다음달 본격 시행을 앞둔 가운데 보험업계 내 횡령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분명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제도의 보완 필요성과 함께 제도를 통한 영향이 가시화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시각도 따라오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책무구조도 및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이 내달 3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을 위해 금융당국은 앞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등 현재는 하위법령 개정이 마무리 단계다.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 자산총액 5조원이 넘는 보험사의 경우 내달 시행 직후 1년 이내에 금융당국에 책무구조도를 내놓아야 한다. 이 시기부터 대표이사와 책무구조도상 임원들은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개정 법률은 책무구조도상 임원과 대표이사가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열거함으로써 의무이행에 관한 일응의 지침을 제공한다. 개정안에 따라 금융사 임원은 자신의 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와 조치를 해야한다.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전반의 최종책임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되며, 총괄적인 관리 및 조치를 맡게 된다.
시행 후 금융사 내부 횡령사고 예방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따른다. 법률 개정의 핵심이 금융사 임원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책무구조도상 임원 및 대표이사에게 내부통제 등 관리의무를 부여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업부서의 내부통제 자가점검에 대한 모니터링이 없고 점검 결과 나타난 미흡 사항에 대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회사의 경우 제도 적용을 통해 책임구조가 명확해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앞서 회사마다 내부통제 관련 규정이 미흡하거나 실효성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한 바 있다.
현재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권에는 내부통제 실효성 확립을 위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에서 지난 2018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매년 평균 89억원 규모의 횡령 등 금융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설계사 또는 직원이 보험료, 보험계약대출금 등을 횡령하거나 유용하는 소액 금융사고가 매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권에선 아킬레스건처럼 여겨지는 설계사 관리에 대한 내부통제 기준이 명확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보험업권 내 설계사와 관련해 횡령 사고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화재 소속 설계사와 GA소속 설계사가 고객이 낸 보험료 1억5200만원가량을 중간에서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최근 적발됐다. 삼성화재에서도 장기보험 보상 직원이 위임장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보험금 6억4000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DB손해보험은 자회사 업체 직원이 고객에게 나갈 보험금 1억원 가량을 가로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설계사가 고객을 상대로 자금을 빌리는 등 금융사고 수법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다만 새 규제를 두고 정확한 지침과 함께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제재 관련 규정과 지침이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제재 감면 근거를 두는 것은 개정 법률의 취지 상 타당하지만, 제재 및 감면 근거 조항의 내용 및 구성과 관련해 입법 단계부터 여러 측면에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 지침상 제재・감면 사유인 '상당한 주의'에 대해서는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고 '상당한 주의'를 다한 경우 제재하지 않도록 법령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