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사진=로이터/연합)
한때 7만2000달러에 육박했던 비트코인 시세가 한달 새 20% 넘게 폭락하자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약세장에 진입한 만큼 새로운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하락장)가 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비트코인이 10만달러를 찍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세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9일 한국시간 오전 11시 현재 5만6551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7일 장중 최고 7만1997달러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 경신을 넘보는 듯 했으나 그 이후 가격이 무섭게 빠지더니 결국 약세장에 진입한 상황이다. 통상 가격이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주간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이번 주에도 떨어질 경우, 2022년 약세장 이후 최장인 5주 연속 하락을 기록하게 된다.
비트코인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것이란 관측에 지난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암호화폐 플랫폼 OSL SG Pte의 스테판 본 해니쉬 트레이딩 총괄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를 시작할 때까지 비트코인이 점진적으로 추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엔 일본의 암호화폐 거래소 마운트 곡스(Mt. Gox)가 80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 물량을 반환하기 시작함에 따라 물량 압박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한때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일본 도쿄 소재 마운트 곡스는 2011년 해킹당한 후 2014년 파산했으며, 시차를 두고 고객들에게 비트코인을 반환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매각 물량이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다.
또 독일 정부가 압수한 비트코인을 처분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잇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이 10만달러를 향해 오를 것이란 전망에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올해 비트코인 시세 흐름 추이(사진=코인마켓캡)
전문가들은 기술적 측면에서 비트코인이 200일 이동평균선이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외환 거래업체 FX프로의 알렉스 쿱시케비치 수석 전략가는 비트코인이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진 것을 지적하면서 “지지선을 지켜내지 못할 경우 더 큰 규모의 조정이 발생할 것"이라며 “향후 5만달러 초반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IG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지속적으로 웃돌 경우 최근 기록됐던 최저점인 5만3600달러가 '항복 물량'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에버그린 그로우스의 헤이든 휴즈 암호화폐 투자 총괄은 마운트 곡스로 대규모 매도물량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비트코인이 6만달러선 밑에 오래 머물수록 시세가 추가로 조정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스탠다드차타드의 제프리 캔드릭 디지털자산 리서치 책임은 최근 “비트코인이 8월에 신고가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 대통령 선거일까지는 10만달러를 찍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망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전제로 뒀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에 사퇴할 경우 비트코인은 5만~5만5000달러 사이로 폭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옵션시장에서도 비트코인 하락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암호화폐 옵션·선물거래소 데리빗(Deribit)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강세 베팅에서 가장 많이 밀집된 가격 전망치는 1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몇 달 내 이뤄질 연준의 통화완화 기조와 친(親) 암호화폐 성향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