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사진=AFP/연합)
미국 인플레이션이 진정세를 보임에 따라 미 기준금리가 이번 분기에 인하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금리인하 시점과 관련해 7월보다 9월이 유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고금리 영향으로 미 고용시장이 최근들어 냉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금리가 이달 인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12일 한국시간 오후 4시 20분 기준,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9월에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86.4%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하루전 69.7%이나 한달 전 59.6%보다 크게 올라간 것이다. 반면 금리가 이달에는 현재 수준인 5.25~5.50%에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견해는 93.3%로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연준의 첫 금리인하 시점을 기존에 비해 앞당기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과 맥쿼리 첫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전망을 각각 11월과 12월에서 9월로 당겼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는 6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따른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5월 상승률(3.3%)보다 내려간 것은 물론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1%)도 밑돈 것이며,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3.0%를 터치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1%로, 미국에서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올라 2021년 4월 이후 상승률이 가장 낮았다.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1%로 2021년 8월 이후 최저였다.
특히 인플레이션의 주요인으로 꼽혔던 주거비 물가가 전월 대비 0.2% 올라 2021년 8월 이후 가장 작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렇듯 6월 CPI 발표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거의 완전히 잡히는 듯한 모습이지만 시장에서는 금리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동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 배경엔 연준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 10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2%까지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아직 말할 준비다 돼 있지 않다"며 “더 좋은 데이터가 더 많이 나오면 2%로 돌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신중론을 유지했다.
또 오랜 기간동안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강조해왔던 연준이 이달 금리인하를 깜짝 단행할 경우 시장이 크게 놀랄 가능성이 있다. 대신 이달 FOMC 정례회의에선 어조를 바꾼 후 내달 예정된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선 비둘기파적 발언으로 금리 인하에 대비시켜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연준이 이중 책무(물가 안정·완전 고용) 중 이젠 완전 고용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선 이번 달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조나단 레빈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가 주장했다.
레빈 칼럼니스트는 역사를 봤을 때 지난 12개월 동안 실업률이 0.5%포인트(p) 넘게 오르면 경제는 이미 침체에 빠졌던 점을 언급하면서 현재 상승폭이 0.43%p에 달한다고 짚었다. 이어 “노동시장에서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빠르고 예측할 수 없게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이 4.1%를 기록하며 약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튀어 오른 데다 4~5월의 비농업 신규 고용 수치도 대거 하향 조정됐다
레빈 칼럼니스트는 그러면서 “정책 금리가 20년 만의 최고 수준이면 숨겨진 취약성이 반드시 드러난다"며 “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정책입안자들에게 묻고싶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달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전략가는 “시장에서 7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저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도이체방크의 매류 래스킨은 “9월 금리 인하는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7월 인하 가능성도 최소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