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는 큐텐의 자회사 상장에서 비롯된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류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규모 확장에만 집중한 탓에 계열사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는 점에서 큐텐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지난 2021년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왔다. 이듬해인 2022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했으나 계속 지연되면서 현재까지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큐익스프레스는 큐텐과 그 계열사의 물류를 담당하는 핵심 자회사다. 큐텐의 자회사가 외형성장을 이루면 그 수혜가 큐익스프레스에 집중된다.
결국 큐텐은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전략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를 선택했다. 지난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원더홀딩스의 위메프 지분 86.2%를 전량 인수하면서 위메프도 계열사로 담았다. '이커머스 삼대장'으로 불리던 쿠팡, 티몬, 위메프 중 쿠팡을 제외한 두 기업을 모두 사들인 것이다.
큐텐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을, 지난 2월에는 1억7300만달러(약 2300억원)를 투입해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위시까지 인수하면서 사업 규모를 빠르게 확장했다.
최근 3년 새 5개 기업을 줄줄이 사들인 셈인데 인수 대금 마련에 계열사 자금을 끌어다 쓰면서 그룹 내 유동성이 크게 악화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에 인수되는 시점을 포함해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이며 적자 누적에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티몬의 지난 2022년 연결 재무제표를 보면 매입채무가 7110억원으로 총 부채 규모가 785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6504억원) 대비 20.8%가 늘어난 수준이다. 결손금 규모도 1조2000억원에 달했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재무제표 기준 유동부채가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617억원)보다 2500억원 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한 올해 시점에서의 부채 규모는 확인할 수 없지만 지난해보다 자금 사정이 개선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업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적자 누적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지속되고 있었던 만큼 정산 지연 사태가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판매자들이 두 플랫폼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금난이 더 악화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될 경우 큐익스프레스의 상장은 불가능해진다.
실제로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여행상품을 판매했던 여행사들은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하자 티몬과 위메프에 정산 이행 관련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정산 기한까지 정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큐텐발(發) 정산 지연 사태 여파는 주식 시장에서도 확인됐다. 여행사들이 티몬·위메프로부터 대금을 정산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행주가 휘청거렸다.
이날 하나투어는 전 거래일 대비 2.06% 하락한 5만2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 이어 2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모두투어도 2.14% 하락해 1만3000원대에서 1만2000원대로 떨어졌다. 노랑풍선은 사태가 공론화된 지난 24일 주가가 10%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은 이날 공정위, 금감원 직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반을 꾸려 정산지연 규모, 판매자 이탈현황, 이용자 환불 요청 및 지급 상황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합동 조사반이 긴급 현장점검에 나섰다"며 “티몬과 위메프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 및 사용계획을 점검하고 자금 조달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사태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