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 폭염이 점점 더 심각해지면서 지난해 대비 온열질환 발생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고령자 등 취약계층이 폭염으로 인한 피해를 더 크게 입는 것으로 밝혀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7월 27일까지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92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72명보다 증가했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추정 사망자는 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명보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인 단순노무종사자는 21.1%(195명), 농림어업 숙련종사자는 10.4%(96명)로 전체의 31.5%를 차지했다.
고령층도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60~69세는 17.5%(162명) △70~79세는 10.7%(107명) △80세 이상은 9.6%(89명)로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무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날 근로자들이 휴게시간을 가지도록 했다. 휴게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준이 33도로 설정되어 있는데, 온도와 습도를 고려한 체감온도보다 실제 노동 중인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더 높다는 점에서 기준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지침인 폭염기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외에서 일하는 노인들의 경우 잠시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스마트 쉼터'가 마련되어 있지만,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자치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스마트 쉼터는 각 자치구에서 폭염 등에 대비해 설치한 폐쇄형 냉방 부스로, 도봉구와 강북구에서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3%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설치된 스마트 쉼터의 개수가 각각 6개와 2개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폭염에 취약한 현장 근로자와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장 근로자들을 위해 열을 식힐 수 있는 냉방 시설이 필요하고, 더울 때 휴식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르신들의 경우 주거 환경에 따라서 냉방 시설이나 난방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더울 때, 추울 때 모두 무더위 쉼터 등 공공기관 쉼터를 좀 더 개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은 “노동조합이든 회사 관리자든 전체적으로 휴게시간을 명확히 지시하지 않으면 노동자들 개인으로서는 폭염의 심각성을 체험하거나 심지어 몸에 이상을 느껴도 휴식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며 “폭염기에는 안전교육이나 아침조회 때 쉬어가면서 일하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명확한 지시 없이는 노동자들끼리 눈치 볼 뿐 정규적인 휴식이 실현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설현장에서 폭염기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을 보장하는 것을 기본적인 법적 의무로 강화하고 가능한 한 조출 제도를 시행하되, 폭염기 온열질환 발생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될 때 눈치보지 않고 작업중지권을 발동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