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해파리가 조기 출몰하며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독성이 강한 노무라입깃 해파리의 출현은 수산 생물의 생산성을 저하시켜 어획량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제주와 남해 연안에서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출현이 급증했다.
올해 노무라입깃해파리는 1헥타르(1만㎡)당 108개체가 발견돼, 지난해 0.3개체와 비교해 대폭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이는 가로와 세로 10미터마다 한 마리가 있다는 의미로, 201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수과원은 현재 충남, 전북, 전남, 경남 지역에 보름달물해파리 주의보를, 제주, 전남, 경남, 부산, 울산, 경북, 강원 지역에는 노무라입깃해파리 주의보를 확대 발령했다. 실제로 부산 외에도 제주와 강원 등 전국적으로 해파리 쏘임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지난 4일 기준으로 12개 해수욕장에서 총 346건의 해파리 쏘임 사고가 보고됐다. 이 중 제주시의 8개 해수욕장에서 269건, 서귀포시의 4개 해수욕장에서 77건이 발생해, 지난해 92건에 비해 약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발견되는 해파리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수과원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노무라입깃해파리 출현율은 53.2%에 달한다. 이는 민간 모니터링 요원 512명을 대상으로 조업 중 해파리를 발견한 비율을 나타낸다. 지난 6월 27일에는 5.1%에 불과했던 출현율이 한 달 만에 급증한 것이다. 신고 건수 또한 같은 기간 동안 8건에서 306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해파리의 급증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과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충일 강릉원주대학교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해파리가 우리 해역에 출현하는 건 기후 변화와 상당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인해 해파리가 출연하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구가열화는 간접적인 원인으로 연안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연안 쪽 항만, 방파제 등의 구조물이 확대되면서 해파리 부착 유생(폴립)의 서식처가 증가됐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윤 연구관은 “여기에 연안 오염에 따른 부형 영화로 먹이 조건이 늘어났던 부분, 남획 등에 의해 천적 생물들이 감소하는 부분들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해파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입깃 해파리의 출현은 해양 생태계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플랑크톤을 주요 먹이로 삼아 다른 어류와의 먹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이는 어류의 개체 수 감소로 이어져 어업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어업이 주요 산업인 지역에서는 노무라깃 해파리 출몰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매우 크다.
윤 연구관은 “해양 생태계에서 인간에게 유용한 수산 자원으로 가야 할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해파리 쪽으로 쏠리게 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해파리가 다량 출현하는 연안 해역에서는 해파리에 의한 높은 유기물로 인해 다른 생물들이 폐사하거나 연안 오염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해파리들이 생태계에서 교란을 일으킨다는 보고들은 상당히 많고, 우리 해역에서도 해파리들이 다량 출현할 경우 수산 생물의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는 요인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파리가 그물에 걸리면 그물이 찢어지거나 해파리가 그물코를 막아 작은 물고기들이 들어오지 못해 어획량이 감소한다. 멸치잡이 어민들은 노무라입깃 해파리로 인해 그물 손상과 어획량 감소를 겪고 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