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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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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대상 된 ‘엔화 환율·엔 캐리’…투자자 불안 언제까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8 13:45
엔화 약세...34년 만에 달러당 153엔 돌파

▲(사진=연합)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 급락(엔화 강세)과 이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른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은 앞으로도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지난 수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대한 자금 청산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CNN은 7일(현지시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일본이 유일하게 거의 공짜로 돈을 빌려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자가 거의 없는 엔화 대출을 받아서 미국 국채에 투자해서 5% 이익을 거두는 것은 안 하면 이상한 일 같았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이 밖에도 엔화를 빌려서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 대만 주식, 부동산, 멕시코 페소화 등 신흥시장 통화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존 오서스는 빅 테이크 데일리 팟캐스트에서 “2000년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투자 수익보다 엔화를 빌려서 페소화에 투자한 경우 수익이 더 많았을 것"이라며 “정말 이상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엔화는 일본 주가지수인 토픽스보다 뉴욕 증시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상관관계가 더 높았다고 말했다.


저금리 통화인 엔화로 돈을 빌려 금리가 더 높은 지역의 자산에 투자하는 기법인 엔 캐리 트레이드의 규모는 역대 최대인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패밀리 오피스, 민간 자본, 일본 기업까지 엔 캐리 트레이드 주체가 매우 다양하고 폭넓다고 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UBS 글로벌 전략가 제임스 말콤은 2011년 이후 누적된 달러-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5000억달러에 달하고, 이 중 절반이 지난 2∼3년간 추가됐다고 추산했다.


블룸버그는 넓은 의미에서 일본 정부 전체가 거대한 캐리 트레이드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매우 낮은 실질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서 외국 자산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공적연금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은 자금 약 절반을 외국 주식과 채권에 할당했다.


다만 엔 캐리 트레이드는 엔화 가치가 급등하지 않는다는 전망이 전제가 된다. 빌라노바 경영대학원의 존 세두노프 교수는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진정한 차익거래는 아니다"라며 “환율이 유리하게 작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이어가자 미국 등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하고 이를 엔화로 바꾸는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본격화됐다. 그 결과 일본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지난 5일 12.4% 폭락했고, 코스피는 8.77%, 코스닥은 11.3% 떨어졌다.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실제 일부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말콤은 지난 몇 주간 이중 약 2000억달러어치가 청산됐으며, 이는 예상 청산 규모의 4분의 3에 달한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의 아린담 산딜야 글로벌 외환 전략 공동 총괄은 “투자 커뮤니티 내에선 청산이 50~60% 완료됐다"고 블룸버그TV에 말했다.


일본 고위 관리 또한 “최근 몇 년간 캐리 트레이드가 비이성적으로 많이 이용됐기 때문에 언젠가는 크게 청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T는 일부 전문가들은 캐리 트레이드가 사용된 더 투기적인 거래는 대부분 청산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헤지펀드에 이어 다른 투자자들이 처분에 나서면서 더 많은 거래가 청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나설 경우 엔화 강세로 이어져 청산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딜야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티은행 통화 애널리스트 타가시마 오사무는 “지금 조정은 시작일 뿐"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현재 140엔대에서 2026년엔 129엔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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