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는 우리의 권리는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야말로 기후 위기에 맞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전례 없는 폭염 속에서 가정에서도 재생에너지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인과 기업 간 에너지 선택권의 차별을 규정한 전력거래계약 지침이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는 한전 중심으로 짜여진 전력시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과도 맞닿아 있어 결과에 전력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소비자기후행동과 기후솔루션 등 환경단체들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앞에서 주택용 전력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헌법소원에 참여한 김은정 대리인은 “소비자들이 친환경 에너지를 선호하고 비용을 지불하려 해도, 제도와 법에 가로막혀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 뿐만 아니라 환경권과 건강권,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까지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가정에서 녹색 전기를 사용하는 유일한 방법은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것뿐이지만, 아파트 같은 환경에서는 충분한 전력을 사용할 수 없고, 10% 이상의 수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공동 기자회견문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생에너지 구매 제도를 마련할 것 △한국전력공사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위한 설비와 시스템을 제공할 것 △헌법재판소가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시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화석연료 사용이 이산화탄소 인위적 배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기후변화 완화의 핵심은 화석연료 사용 중단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의 60% 이상이 화석연료 발전으로 생산되며 이는 소수의 화석연료 발전 사업자가 다량의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라며 “재생에너지를 선택적으로 소비할 수 없어 화석연료 기반 전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석연료 소비로 인한 재난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강제하는 것은 소비자의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전기를 선택함으로써 더 많은 재생에너지가 생산될 수 있도록 소비자 주권을 행사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환경단체들의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 권리 주장은 전력시장 개편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1997년 경제위기 직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착수했다. 한전으로 집중된 전력산업의 모든 권한과 업무를 발전, 송전, 배전, 도매, 소매 등으로 분할 및 시장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발전부문만 분할되고 나머지 부문은 여전히 한전이 독점 영위하고 있다. 환경단체들 주장처럼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전기를 골라서 사용하려면 소매부문의 시장화가 필요하다. 이는 결국 전력산업 구조개편으로 연결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 구성원들은 발언을 마친 후 퍼포먼스를 통해 전기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선택권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단체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면서 “산업부는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 “한국전력공사는 소비자가 재생에너지를, 헌법재판소는 소비자에게 재생에너지 구매를 허용하지 않는 산업부 고시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하라" 등의 구호를 제창하기도 했다.